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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공구장사 어떻게 할 것인가? / 브니엘산업 천재령
<월간 TOOL 2018년 10월호> - 기획특집 - 공구장사 어떻게 할 것인가?
온라인 공구상 혼자서도 어렵지 않아요
브니엘산업 천재령 대표
자본 없이 혼자서도 온라인 공구상을 운영할 수 있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선 그의 쇼핑몰 창업기를 들어본다.
재고 없어도 다 되는 ‘공구하우스’
브니엘산업 천재령 대표는 지난 2016년 온라인 쇼핑몰 ‘공구하우스’를 오픈했다. 초대받은 그의 업무현장은, 일반 가정집과 다름없었다. 혼자 공구상을 운영하는 그의 방에는 공구도 손님도 없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책상 위 컴퓨터 한 대와 프린터복합기, 그리고 전화기 뿐. 물건을 하나도 두지 않고 장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제조사나 대형유통사를 통해서 해요. 크레텍 온라인주문시스템(CTX)에는 거의 모든 품목이 다 있으니까, 고객이 주문을 하면 CTX에 주문을 넣어서 바로 배송되게끔 해드리죠.”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를 위해 공구하우스는 하나의 유통창구가 되는 셈이다. 온라인 쇼핑몰을 연 이유가 궁금해졌다.
“예전에 건축자재와 공구를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하던 회사에 다녔어요. 둘째 아이를 낳게 되면서 일하기 어려워져 쉬다가 사장님의 권유로 혼자 시작하게 됐죠. 익숙했던 일이고, 집에서 할 수 있다는 말에 무작정 도전했어요.”
패기 있게 시작한 일이었지만, 쇼핑몰을 만드는 과정은 생소할 터. 우선 사업자등록을 거쳐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고, 결제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LG U+, 이니시스 같은 PG사와 계약하고, 사이트를 등록해 1만여 품목의 상품업로드까지…. 지인에게 묻고 책도 읽어가며 결국 공구하우스를 오픈해냈다.
“고도몰에서 사이트를 임대해 쓰고 있어요. 사이트 구성하는 템플릿이 있어서 제가 메인과 배너 이미지를 포토샵 작업해서 넣고요. 템플릿을 있는 그대로 써도 되는데, 위치를 바꾸고 싶으면 html 명령어를 활용해야 해요. 그럴 땐 1대1 문의도 하고, 잘 모르니까 지금도 할 때마다 공부하면서 적용해 봐요.”
검색노출이 중요… 노력만큼 매출 오른다
품목이 많을수록 일일이 관리하기는 어렵다. 단종 되거나 가격변동 있는 것들은 체크해 그때그때 반영한다. 인터넷 가격경쟁으로 많은 이익을 보긴 힘들지만, 상품 대부분은 10% 내외의 마진을 일괄 책정해놓았다. 주력상품은 별도로 관리한다.
“현장작업자 분들께서 많이 주문을 하시고요. 공사 현장이나 회사에서 쓰이는 산업용 청소기 상품이 주력으로 잘 나가는 편이에요. 가격을 저렴하게 팔고, 인터넷에 노출이 잘 되게끔 신경 쓰고 있어요.”
그는 네이버쇼핑, 다음쇼핑하우와 같은 포털사이트의 쇼핑채널을 활용한다. 한번 클릭 당 상품가격에 비례한 광고비(몇십원 단위)가 나가는 방식이다. 고객은 구입 후 적립금을 위해 후기를 작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후기나 판매 이력이 쌓이면 상위로 노출이 되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사이트에 직접 들어오는 사람보다 검색해 들어오는 분들이 많아요. 첨엔 좀 노력하면 금방 매출이 오를 줄 알았는데 쉽지 않았어요. 인터넷 쇼핑몰은 얼마나 인터넷에 노출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마케팅 없는 쇼핑몰, 산골에 차린 슈퍼 같아
쇼핑몰 마케팅의 중요성을 느끼자 국비지원 강의를 신청해 서울에서 청주 오창까지 다닌 그였다. 메인화면 정리하는 법, 상품 키워드 마케팅 하는 법 등을 배웠다. 하지만 파고들면 들수록 만만한 세계가 아니란다.
“인터넷 마케팅을 배우면 경영에 해답이 보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공식에 대입하면 나오는 답처럼 생각하면 안 되더라고요. 같은 가격이라도 노출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고, 판매이력과 상품후기도 영향을 끼쳐요. 광고비가 많이 나간 달은 확실히 매출이 늘어나더라고요. 그렇다고 너무 많은 광고비를 지출할 수는 없죠. 키워드 광고는 대행사에 맡겨도 되지만 공구 분야를 잘 모르면 쓸데없이 새나가는 비용이 생길 수도 있어 조심해야 돼요. 어떤 키워드를 사람들이 클릭했는지 한 번씩 내역을 확인하는 게 좋아요.”
물론 배움의 성과도 컸다. 메인화면에 주력상품을 올리고, 포털사이트 쇼핑채널에서 공구하우스가 판매하는 상품의 위치를 검색해본 뒤 올리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러자 전혀 팔리지 않던 품목도 팔리게 된 것. 100만원 이상 되는 고가의 제품도 몇 개씩 팔 수 있었다고 한다.
“누가 ‘마케팅하지 않는 쇼핑몰은 산골에 차려놓은 슈퍼마켓 같다’고 했는데 정말 그래요. 마케팅 안 하면 의미가 없어요.”
온라인 공구상, 워킹맘도 문제없어
그는 온라인 판매가 가격경쟁이 치열하고, 반품이 오프라인보다 많다는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반면 강점은 다양한 품목과 적은 재고, 자율성,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온라인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본인이 원하는 품목 몇 가지만으로도 판매 가능하고, 끝도 없이 많은 품목들을 팔 수도 있어요. 일반 철물점에서 구할 수 없는 품목들은 일부러 인터넷에서 검색해 구매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처럼 아이 키우는 여성들도 시작하기 좋고, 장소도 구애받지 않죠. 밖에 나가더라도 착신설정하고 전화를 받으면 되니까요. 공구를 다 몰라도 괜찮아요. 팜플렛이나 인터넷에 찾아보고, 모르면 제조사에 물어보면서 공부하면 되더라고요.”
천 대표는 어린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이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진 않지만, 앞으로는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DIY 품목을 확장하고 싶다고 했다. 경쟁력 있는 물건은 직접 가져와 포장판매하고, 소셜커머스도 활용하며 고객 접점을 늘리겠다는 것. 사업명 ‘브니엘’은 성경 인물인 야곱이 하나님을 만나고 인생의 국면이 바뀌게 된 장소를 뜻한다. 그 이름처럼 브니엘산업은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삶이 바뀌기를 원하는 마음을 담아 성장할 것이다.
글·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