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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 유한공업고등학교 학생들
공구는 우리의 친구예요! 공구를 배운다
서울 구로 유한공업고등학교 학생들
요즘은 기술 하나 갖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재산이라 한다. 고등학교 어린 나이부터 공구 다루는 기술을 배워 졸업할 때면 기능사 자격증 한두 개는 거뜬히 취득하는 유한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났다.
공구상가에서 만난 교복 입은 학생들
유한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을 처음 본 장소는 구로공구상가에서였다. 그 장소에서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한 무리의 교복들. 공구상가에서 만난 교복이라는 것도 그랬지만 그들의 대화에서 익숙한 듯 말해지는 여러 공구의 이름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만난 학생들의 사정이 궁금해 그들의 학교인 서울 구로 유한공업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유한공고는 유한양행의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가 세운 특성화 고등학교다. 특성화고 계에서는 명문 학교로 꼽힌다. 그날 공구상가에서 만난 학생들은 유한공고의 세 학과(자동화시스템과, 로봇전기자동화과, 건축인테리어디자인과) 중 자동화시스템과 학생들이었다. 1년에 한두 차례 있는 체험의 날을 맞아 구로공구상가를 방문했던 것이다. 학과 학생들 중 3학년 이선우 군과 전예지 양, 2학년 정민서 양, 이시우 군, 권혁빈 군, 전해성 군, 이상화 군을 만나 학교와 배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3학년 두 명은 도제반으로 지원하여 학교생활과 동시에 회사 일도 함께 하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밀링기, 선반, 머시닝 센터… 공구를 배운다
자동화시스템과 학생들이 실습 교육을 받는 실습실은 마치 작업 현장 같다. 커다란 밀링기와 선반이 여러 대 자리 잡고 있는 실습실 안을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가득 채운다. 기계 앞에서 학생들은 보호 안경을 착용하고 작업복을 입은 채 선생님으로부터 실습수업을 받는다. 수업 과정에서 바닥에는 깎이고 남은 금속 찌꺼기가 쌓인다. 전문가들의 작업하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2학년 이시우 군은 그런 실습이 익숙하단다.
“저희는 교복만큼 작업복도 익숙해요. 실습할 때면 항상 입는 거니까요. 중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학교에 입학해서 실습실의 밀링기를 봤을 때는 가장 먼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들은 크게 다칠 수 있다며 겁도 주고요. 그런데 지금은 만만하죠. 1학년 애들이 기계를 보고 무서워하는 것 같으면 ‘에휴 귀엽네’ 해요. 하하하.”
학생들은 비슷한 나이의 누구보다도 공구에 대해서는 더 전문가들이다. 바이트, 엔드밀, 페이스커터, 스폿드릴… 이름을 알고 있고 사용해 본 공구도 여러 가지. 공구 중에서 망치를 좋아한다는 전해성(2학년) 군은 장난스럽게 나중에 커서 망치 회사를 차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만큼 다들 공구와 친숙한 것이다.
공구, 공구상과 친숙한 아이들
일반 학생들은 공구상은 물론 공구에 대해서 별반 관심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평소에 방문한 적도 없고 다뤄본 적도 없을 테니. 하지만 유한공고 학생들은 다르다. 정민서(2학년) 양은 입학 전에는 보이지 않던 공구상이 이제는 자주 눈에 들어온다고 말한다.
“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공구상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어요. 학교 근처만 해도 많아요. ‘어 뭐야? 저기 선반 써있네? 밀링도 있네?’하고요. 정말 공구를 판매하는 곳들이 많구나 그런 것들이 느껴져요.”
눈에 들어오는 것뿐만 아니라 공구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여타의 아이들과는 다르다. 그들의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공구상가에 가보기 전까지만 해도 좀 지저분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가 봤더니 생각보다 정리도 잘 돼있고 깔끔해서 괜찮구나 싶더라고요. 학교 실습실에서 나는 기름 냄새 같은 것도 전혀 안 나고요. ‘나중에 우리가 이런 곳에서 일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2학년 권혁빈 군의 말이었다.
부러워하는 일반고 아이들도 많아
말한 것처럼 유한공고에 도제반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3년 중 1.5년이라는 기간 동안 기업과 학교를 오가면서 일을 배우고 공부를 한다. 3학년 이선우 군과 전예지 양은 지금 사출금형 회사에 출근하며 일을 하고 있다. 공고가 아닌 일반고 친구들 중에는 돈을 벌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점에서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한다. 현재 학교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이상화(2학년) 군은 친구들 가운데 유한공고 편입을 묻는 친구들도 있다 말한다.
“일반고 친구들 중에 저희를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제가 저희 학교 홍보부도 하고 있는데, 중학교 후배들도 그렇고 인문계고 아이들이 저에게 많이들 물어봐요. 너희 학교로 편입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또 대학 걱정을 딱히 따로 할 필요도 없거든요. 인문계 아이들은 대학에 무조건 가야 하는데 그에 따른 고민이 저희는 필요 없는 거죠. 그런 걸 부러워하는 것 같아요.”
학교 밖 사람들 가운데는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은 공부를 별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일반계고 학생들은 수업 공부만 하면 되지만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은 수업은 물론 기계 쪽도 공부해 자격증이나 기능사도 따야 하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실습한다고 하면 부러워해요. ‘와 너네는 수업 안 하고 기계 돌리냐?’ 이러면서요. 솔직히 우리는 허리 아파 죽겠는데요. 하하하.”
학교 생활에 만족하는 학생들
학교에 입학해 수업을 한 해 두 해 듣고 난 학생들은 ‘그래도 내가 공고생은 공고생이구나’하고 나름 느낀다 한다. 일반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다.
“저희 집 주변에도 공구상들이 있거든요. 친구들과 같이 가다가 공구를 보고 ‘이건 무슨 공구고 저건 무슨 공구인데 어디어디에 사용하는 거야’ 하면 애들이 다 신기해해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 내가 그래도 공고에 와서 많은 걸 알게 됐구나’ 하는 게 느껴져요.”
유한공업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모든 학생들이 그런 것은(일반고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물론 아니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3학년 이선우 군은 충분할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한다. 이미 취업도 한 상태이며 미래의 진로도 어느 정도 확정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그렇다. 이제 지금 가는 길로만 쭉 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도 보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중학교 후배들이나 학부모들에게 무조건 공고 진학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학생 자신의 명확한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고라고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쳐
권혁빈 군은 무엇보다도 진학 전 진지하게 고민해 본 후 진학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적성에 맞을지부터 먼저 알아본 후에 진학을 결정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 잘만 맞는다면 미래는 밝다. 학생회장 이상화 군은 공고에 와 열심히 공부한다면 일반고보다 얻을 수 있는 것이 크다고 한다.
“공고에 와서 더욱 더 열심히 공부하면 자기 나름의 길을 확실히 찾을 수 있어요. 취업을 먼저 할 수도 있고 진학도 할 수 있고. 아니면 선취업 후진학을 선택할 수도 있고요. 그렇게 선택의 폭도 넓은데다가 남자들은 맞춤형 기업에 들어가서 군복무를 대체할 수도 있고요. 오히려 인문계가 아니라 공고에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요.”
3학년의 전예지 양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뜻이 있다면 공고 진학을 추천한다 말한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77.8%에서 점점 감소해 2016년에는 69.8%로 7년 사이에 10%가까이 떨어졌다(교육부 통계). 학부모와 학생들의 생각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업고등학교로의 진학도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선택이다.
글 · 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