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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대전 개미볼트공구

 

멀리 매장 찾아다니다 답답해서 차린 볼트 전문점

 

대전 개미볼트공구 한지호 대표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작고 하찮게만 보이는 볼트. 그러나 아무리 값싼 볼트라도 그것 한 개 없이는 제품 제작이 멈춰버린다. 한지호 대표의 부친은 기계 제조업을 하다 볼트를 구입하러 멀리 다녀와야 하는 게 답답해 자신이 직접 볼트전문점을 차렸다.

 

 

1400여 산업시설이 위치한 테크노밸리


개미볼트공구가 자리잡고 있는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덕테크노밸리는 바로 인근의 대덕산업특구를 포함, 약 1400여 업체의 각종 과학기술 관련 연구시설과 그런 연구시설로부터 일을 받아 기자재 등을 제작하는 제조사 및 벤처기업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약 7만 명에 가까운 과학 전문 인력들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수많은 연구자재들의 제작이 활발한 곳이기도 하다.
처음 개미볼트의 문을 연, 現한지호 대표의 부친 또한 대덕테크노밸리 연구소의 연구원이었다. 연구소를 그만두고 관련 제조업을 하다 차린 매장이 바로 이곳 개미볼트다. 답답했던 마음이 아버지가 볼트 전문점을 차린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지호 대표는 말한다.
“저희 아버지께서 기계 제조업을 하셨는데 어떤 제품이든 조립해서 제작하려면 볼트는 필수거든요. 10원짜리 볼트라도 그게 없으면 작업 진행을 못해요. 꼭 구입해 와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곳 테크노밸리 근처에는 볼트전문점이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멀리 있는 공구거리까지 다녀와야 했어요. 그게 답답해서 직접 개미볼트를 차리셨던 거예요.”

 

분양받은 옆 매장의 벽을 터 공구도 함께 판매중이다.

 

스테인리스 품목이 많은 볼트전문점


대전에는 대화동 산업용재유통단지, 오정동 공구거리 등 곳곳에 공구상가가 있다. 하지만 대덕테크노밸리 인근에서는 공구나 볼트 관련 인프라를 찾아보기 힘들다. 1인 2인 기업들이 많은 테크노밸리 제조사들은 볼트가 떨어지면 구입하러 다녀오는 동안 작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개미볼트가 문을 연 이후부터는 가까운 곳에서 빠른 볼트 구입이 가능해졌다.
개미볼트 매출 대상의 80%는 앞에서 언급한 연구소 기자재 제조업 종사자들. 그리고 20%는 인테리어나 건축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개미볼트에서 판매하는 볼트너트는 스테인리스 제품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것 역시도 테크노밸리의 특징으로부터 비롯한다. 녹이 슬어서는 안 되는 제품들이 연구소 기자재 쪽에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취재를 하는 동안에도 각종 스테인리스 볼트너트를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개미볼트가 없었다면 이 많은 사람들이 다들 차를 몰고 멀리까지 다녀와야 했을 거라 생각하니 살짝 식은땀이 흘렀다.
“볼트전문매장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은 구입업체와의 근접성밖에 없어요. 빠른 구입도 구입이지만 볼트의 머리 모양이나 재질, 치수 등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까 인터넷으로 구입하기가 쉽지 않죠.”

 

묶음 판매가 아닌 낱개로 판매할 때는 하나하나 개수를 세는 게 아니라 총 무게를 측정해 평균값으로 개수 파악 후 판매한다.


기계적 지식이 꼭 필요한 볼트 판매


대표의 아버지가 연구소 재직, 제조사 운영의 경력이 있는 것처럼 한지호 대표도 매장으로 오기 전에는 기계 설계 일을 했었다. 대학도 기계과를 졸업했고 관련 석사 학위도 갖고 있다. 직장을 나와 아버지의 볼트 매장으로 온 것은 2019년 8월. 여간한 공구상처럼, 아버지 밑에서 차근차근 판매하는 품목에 대한 지식을 쌓아 가고 있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표는 일 시작할 때부터 따로 공부한 게 없다고 한다. 설계 일을 하며 사용하는 볼트에 대한 지식은 이미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볼트를 전문적으로 팔려면 반드시 기계적인 지식이 있어야 해요. 공구 판매는 솔직히 대형유통사 도움을 받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볼트는 달라요. 볼트전문점 하면서 공구는 취급할 수 있어요. 그런데 공구 하면서 볼트너트 취급은 못 해요. 절대 못 해요. 기계적 지식이 없으면요.”

 

오랜 세월 달라지지 않은 볼트너트


개미볼트 매장에는 옛날 사전처럼 두꺼운, 그리고 깨알같은 크기의 글자로 가득한 책이 한 권 놓여 있다. 일본에서 나온 책자를 우리말로 번역한 이 책에는 기계 조립을 위해 사용되는 볼트너트 각각의 규격이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다. 70년대에 나온 책자인데 대표는 지금도 볼트너트 규격 등에 관한 건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한다. 다만 일본의 JIS규격대로 적힌 명칭이 현재는 KS규격 명칭으로 이름만 바뀐 것 뿐.
“우리나라 한창 산업발전하던 시기에 번역된 책자예요. 보면 공구 카탈로그는 매년 새 판이 나와요. 신제품들이 그만큼 나오니까요. 그런데 볼트너트는 변화가 없어요. 볼트너트를 이용해서 만들어지는 제조품은 달라지지만요. 만약에 주변 사람이 볼트너트 장사하고 싶다고 하면 이 책부터 마스터하라고 할 거예요.”

 

 

볼트점과 공구상이 불러오는 시너지 효과


한지호 대표가 매장으로 온 후 개미볼트는 여러 가지가 달라졌다. 우선 매장 면적. 아버지가 운영하던 매장은 좁아 제대로 된 사업을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새로 분양을 받아 매장 면적을 넓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볼트 외에 공구 쪽으로도 판매 품목이 넓어졌다.
공구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가게 옆에 볼트 가게가 들어오기를 바란다. 볼트너트 전문점 대표는 가게 근처에 종합공구상이 들어왔으면 한다. 공구상과 볼트점이 근처에 있으면 상호 간 판매가 동시에 상승하기 때문이다. 개미볼트는 2021년, 비어있던 바로 옆 매장도 분양받아 공구판매점으로 꾸몄다.
“매장에 볼트 구입하러 오셨다가 공구도 찾는 분들이 많으세요. 여기 올 때 처음에는 공구상이나 철물점이 근처에 들어오길 바라고 있었는데 안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저희가 차린 거죠. 볼트와 공구, 시너지 효과가 좋아요.”

 

공구상 프랜차이즈를 만들고픈 꿈


한지호 대표의 목표는 판매 품목을 더욱 확장시켜 개미볼트공구를 종합공구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전문품목인 볼트너트 외에도 배관, 베어링, 유공압, 안전·소방 제품들까지 전부 들여와 판매하고자 한다. 목표를 위한 발걸음을 쉽사리 떼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종합공구상에 필요한, 대표가 원하는 능력을 가진 직원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력 상품인 볼트너트에 대한 지식이 있는 직원 말이다. 대표는 개미볼트에 입사하면 볼트에 대한 지식과 공구에 대한 지식 두 가지를 전부 배울 수 있을 거라 말한다.
“설계 쪽을 좀 했던 직원이라면 좋을 텐데 찾기가 쉽지 않네요. 일을 배워서 나중에 내 매장을 차리겠다, 하는 마음을 가진 직원을 찾고 싶습니다. 그런 직원들과 함께 가게를 확장해서 프랜차이즈처럼 곳곳에 개미볼트공구 간판을 단 매장을 늘려나가고 싶어요.”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