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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공구인 칼럼] 직원은 한정책임 사장은 무한책임

 

직원은 한정책임 사장은 무한책임

 

서울 청계천의 공구가게에서 직장생활 15년 해보고 내 이름으로 시작한 사업도 20년 해보았다. 공구업에 종사하면서 가장 보람 된 것은 좋은 친구 선후배들과 좋은 인연을 맺은 일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에 나는 힘든 일도 잘 극복 할 수 있었다.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공구유통업


나는 서울에서 태어난 토박이로 서울 종로, 청계천에서 공구 유통업에 40년간 일했다. 10대 후반에서부터 환갑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다양한 업체에 다양한 공구를 납품해왔다. 직장생활도 해보고 사업도 운영해보니 여러 가지 힘든 점도 있었지만 공구유통업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더라. 물론 사건 사고는 있다. 때로는 실망스러운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노력한대로 그에 따른 보상이 내게 온다. 그것이 공구유통업이다. 당장 큰돈을 버는 일은 잘 없지만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어느 순간 좋은 결과가 오는 순간이 온다.

 

사장은 언제나 고독해


나는 직원 생활을 오래 하다 30대 중반에 내 사업을 시작했다. 직원으로 생활하다 사장으로 일하니 삶이 정말 많이 바뀌더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내가 느끼는 현실도 많이 달라지더라. 직원은 스스로 책임지는 일은 작다. 반면 사장은 회사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때로는 무척 고독하고 힘들기도 한 것이 사장이라는 자리다.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나 직원일 수 없고 사장 자리도 영원하지 않다. 저마다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서림상공사 김정호 대표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작은 꿈, 눈 앞의 목표 놓치지 말자


작고 허름한 공구상에서 막내로 일하는 직원이라도 꿈은 꾸어야 한다. 아무리 작아도 지금 내 처지가 볼 품 없어도 사람은 꿈이 있어야 한다. 나도 작은 꿈을 꾸었고 꿈이 생기면서 목표가 생겼었다. 꿈을 꾸고 목표를 두고 행동하다보면 어느 순간 기회가 온다. 직원으로 일하다 사장으로 독립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또 사장으로 일하며 전문성을 갖추면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차근차근 이룩해야 한다는 점이다. 급하게 먹은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직원이라면 자신의 능력을 조금씩 키우고 사장이라면 매출을 조금씩 늘리도록 해보자. 노력을 하다보면 작은 변화가 쌓이고 시간이 흐르면 크게 달라진 내 모습을 발견 할 수 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네트워크 중요해


직원으로 일 할 때 좋은 인연을 맺는 것은 중요하지만 사장으로 일 할 때는 그 중요성이 배가 된다. 나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내게 큰 도움을 주셨던 분이 있다. 지금도 이따금 나와 만남을 가지는 최한규 대표님이 그런 분이다. 인생의 선배, 공구업계의 선배님인 그분으로부터 나는 많은 도움을 받았고 또 배운 점이 많았다. 이 세상은 좋은 사람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이 유지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내가 좋은 선배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때로는 업계를 위해서 사회를 위한 활동으로 내가 가진 자원과 시간을 내놓기도 한다. 사업은 좋은 사람들과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쁜 일에 부딪혀도 쓰러지지 말자


공구유통업을 종사하면서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지만 사연없는 집 없다. 좋은 사람이 많은 만큼 나쁜 사람도 있고 좋은 일이 많으면 나쁜 일도 찾아온다. 나도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을 믿고 물건을 주었지만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괴로운 일이지만 너무 괴로워하지 말자. 술과 알콜로 나쁜 기억 잊으려고 해도 잊혀지는 것은 그때 한 순간 밖에 없다. 우리가 손해를 보았다면 그 손해를 메꾸기 위해 더욱 발로 뛰어야 한다. 돈은 잃는 것으로 크게 좌절해 신용을 잃는 큰 문제를 만들지 말자. 결국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나 자신 뿐이다.

 

나와 가족을 위해 일하는 샌드위치맨


공구 유통이라는 사업을 하면서 나쁜 일이 생기면 자포자기하게 되고 좋은 일이 많아지면 나태한 마음이 생기더라. 나는 때때로 내 모습을 살펴보고 내 마음가짐을 확인해본다. 일하기 싫어지고 문제를 회피하려는 내 모습을 발견 할 때마다 나는 번화한 시장에 가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살펴본다. 이른 새벽에 삐에로 복장을 하고 몸 앞뒤에 포스터가 붙은 판자를 둘러메고 제품을 홍보하는 샌드위치맨, 제품 구매와 판매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그러면서 나태해진 내 모습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며 힘과 용기를 얻는다.

 

일과 가족 둘 다 소중하고 중요해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다. 그런데 사업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사업체를 키우기 위해서 가정에 소홀해지는 순간도 있다.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그렇지만 일과 가족 모두 최선을 다해 헌신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사업을 잘 꾸려나가야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편안함을 줄 수 있으나 사업에만 모든 시간을 쏟으면 가정에 소홀해진다. 내 경험상 젊었을 때 사업에 헌신한다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으면 작은 후회가 남더라. 그러나 어느 정도 사업체를 꾸려나가는 내 모습을 보는 아들딸이 나를 존경한다는 말을 해줄 때 느끼는 보람도 크다. 그래서 가족과 일 중에서 무엇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하기란 어렵다. 모든 공구인 아버지들이 가지는 고민이라 생각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인연 가져야


내가 운영하는 서림상공사는 서울 청계천 을지로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청계천은 재개발이라는 변화 속에서 많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정든 청계천을 떠난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청계천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내 주변 을지로에 좋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서 인연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인연 맺는 것은 더더욱 소중하다. 청계천은 특유의 역사성을 가진 곳이고 공구유통업 상징을 대표하는 지역이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공구를 바탕으로 한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공구인의 역사와 삶이 담긴 이곳 청계천 공구인들을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사람들이 기억해주길 희망한다.

 

_ 서림상공사 김정호 대표 / 진행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