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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발행인 칼럼]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찾자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찾자

 

한 수 배울 것인가, 꼼수만 늘 것인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바둑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름방학 때 버드나무 평상에서 동네사람들이 바둑 두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뒤에서 나도 배우게 되었다. 한 달이 채 안 돼 동네에서 제일 잘 두는 수준이 되었다. 아버지는 신기해하며 우리마을에서 가장 잘 두는 분들에게도 나를 데리고 다녔다. 잘 두는 분과 바둑을 두면 점점 바둑의 수가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을이 작아서 더 잘 두는 분을 더 이상 만나지는 못했다. 나의 바둑 실력도 그 정도에 머물렀다.
그 뒤 군에 입대해서 나보다 훨씬 잘 두는 사람과 대국을 했다. ‘이렇게 센 사람이 있을까’싶을 정도로 4점을 붙이고도 져버렸다. 그러나 그렇게 센 사람과 몇 번을 두니 거의 따라가는 수준이 되었다. ‘센 놈하고 붙어야 되는구나’ 생각했다. 군에서는 ‘바둑 잘 두는 최수병’으로 불리면서 꽤나 유명세를 탔다.
이후엔 나보다 못 두는 사람들하고만 바둑을 두었다. 몇 점 붙여주고 두는 바둑을 오래 했다. 실력은 올라가지 못했고 오히려 꼼수만 늘어갔다. 내가 바둑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보다 나은 사람과 바둑을 두니 실력이 올라갔고 나보다 나은 사람을 못 만나니 더 이상 수준이 올라가지 않을뿐더러 꼼수만 늘더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직원, 학교, 연구기관, 외국 친구에게서 배우기


공구상을 하면서도 나는 점원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눈치껏 보고 배워야 했다. 나름 장사의 수완과 자질이 있어서인지 빨리 배운 것은 같다. 처음에 공구행상을 할 때는 어디 잘하는 곳을 보면서 배웠다. 그랬더니 어느새 따라갈 수 있었다. 나중에 가게가 좀 크자 나만의 실력으로는 안되겠으니 남의 실력을 빌리자 생각했다. 공구상 경험이 많은 직원들을 채용했고, 경력직 사원이 들어오니 점점 공구에 관한 지식과 실력이 높아져갔다. 규모를 어느 정도 키우기까지는 지식 있고 경험 많은 경력직 직원들이 나의 스승이 되기도 했다.
또 80년대 중반부터는 대학 최고경영자과정을 여러 번 했다. 어떤 과정에서는 오늘 저녁에 배운 것을 내일 아침에 사용할 수 있었다. 80년대 후반 크레텍의 성장기를 돌아보면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배운 것을 바로 경영에 적용한 것을 알 수 있다. 가격표와 카탈로그를 만들면서 전산화를 한 점이나, 해외무역까지 출발했던 것은 새로운 지식이 많이 투입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2000년대 중반에는 컨설팅을 많이 받았다. 컨설팅이란 새로운 지식을 받아서 분석하고 연구하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무려 68회나 받았다. 이외에도 외부로부터 지식 있는 사람을 스카웃했고, 회사 내부에서는 뛰어난 사람을 찾아 일을 맡겼다. 이 외에도 외국 친구를 만나 결정적 도움도 받았다. 1995년 대만 인파사의 엔더첸 사장은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신 분이다. 이분의 영향으로 ISO(국제표준 업무 및 경영시스템)를 국내 유통분야 처음으로 들여왔다. 일본의 TRUSCO사로부터 물류 및 카탈로그 제작에 대한 조언도 많이 받았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어디 가서 배우지? 좋은 사람 없나?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싫어한다. 자기만이 최고라고 추켜세워지길 바란다. 어쩌면 임직원을 사장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뽑아야 회사가 성장한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만나면 일시적으로야 우쭐하지만 꼼수만 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나는 지난 50년간 공구사업을 하면서 ‘어디 가서 배우지?’ 하는 마음을 한 번도 내려 본 적이 없다. 오늘도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본다. 어디 잘하는 사람 없나? 재주 좋은 사람, 열정 있는 사람, 지식 많은 사람, 넓고 큰 사람이 없는지 찾아다닌다. 나보다, 또 우리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배울 때 나 스스로도 자란다. 항상 배우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세상에 배울 것은 넘쳐나고 그 즐거움은 참으로 크다.
위기와 불황의 시대를 건너기 위해서는 경영자는 나보다 나은 사람, 나보다 지식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만나고 우리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만나서 하나라도 배우겠다고 생각해보자. 세심하게 귀 기울이고 눈을 열어보자. 배울 점을 찾았다면 분명 해법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