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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용재협, 송치영 신임회장

 

(사)한국산업용재협회 신임회장 송치영

 

나는 현실주의자! 회원수 늘리고 정부지원 받도록 하겠다

 

 

지난 2월 16일 (사)한국산업용재협회 25대 회장으로 송치영 회장(프로툴 대표이사)이 취임했다. 선거에서 그가 내 건 주요키워드는 ‘변화’. 자신의 사업발전과 이전에 해오던 유진기업 공구업 진출 저지 투쟁을 넘어 우리업계에 어떤 변화를 꿈꾸는지 들어보았다. 

 

 

회원사 4,000곳까지 목표… 정부지원사업 만들어 국가혜택도 누려야


이번 제 25대 회장선거에서 치러진 투표방식은 현장 참가형이 아닌 지방에서도 휴대폰으로 지지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비대면 방식이었다. 이런 영향으로 역대 어느 회장 선거 때보다 참여율(93.5%)이 높았고 그 결과 62%의 득표율을 얻었다. 현재 업계의 변화상 혹은 과제는 많다. 온라인 증가, 대기업와 외국기업의 진출, 내부적으로 세대교체, 소상공인 권익보호 등 시대적으로 사회적으로 해결할 이슈들이 산재했다. “저는 현실주의자입니다. 이상을 제시하기보다 현실에 맞는 해결책을 내놔야죠”라는 말로 송 회장은 말문을 열었다. 

 

선거 때 하셨던 공약, 다 지킬 자신 있으신지 먼저 여쭈고 싶습니다. 
“지켜야죠!(웃음) 못할 때는 질책도 해주셔야 제가 정신이 번쩍 들어 더 잘 할 겁니다. 원래 일은 그렇게 나무라며 시키는 것 아닙니까? 저는 이제 우리업계를 위한 일꾼이 됐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현재 3,000여개 회원사로 줄어든 협회의 영향력 회복과 외연 확장을 위해 임기 내에는 4,000여 개 회원사 증대 운동을 벌일 예정입니다. 2017년도에 협회 공구상 수첩을 보면 3,634개 회원사가 있었어요. 그런데 2021년이 2,929개였어요. 산업용재협회 회원 수가 줄고 있는 겁니다. 저는 현실적으로 4,000개로 늘리는 것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그래도 노력하면 가능한 수치라고 봅니다.”

 

 

정부지원사업이 미비한 것도 우리업계 자체적으로 지적되는 사안입니다. 
“그렇습니다. 정부지원 사업과 현안 법제화 작업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2021년 서울지회, 부산지회에 각 1억 원씩 행안부 특별교부금 지원을 성사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회원사 권익 신장을 위한 정부 지원 사업을 지속해서 개발하고, 협회의 실행력 강화를 위해 당면한 현안들의 현실적 법제화 작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그는 다음으로, 회원사 경쟁력 강화와 가업승계 준비를 위한 교육과정 신설을 꼽았다. 회원사 사업장의 경쟁력을 위한 교육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사업장마다 눈앞에 닥친 가업 승계를 위한 실질적인 교육 제도를 마련 할 계획이다.
또한, 산업용재인을 위한 맞춤형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송회장의 꿈. 공구 사업에 특화된 맞춤형 판매관리 시스템, 가칭 ‘한국산업용재관리시스템’을 협회 차원에서 개발, 보급할 생각이다. ‘경리나라’라고 경리가 필요 없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미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회원을 제외하고 5인 미만의 회원사와 필요한 분들께 해당 프로그램 사용을 권하고 알리겠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공구상은 1만개에서 1만5천개 품목을 취급한다. 체계화와 더불어 재고관리가 가능하니 이 프로그램을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한다.

 

온라인 판매채널 제공하고 협회 홈페이지 활성화


온라인이 대세입니다. 코로나로 공구업 변화가 더 앞당겨졌습니다.
“라이브커머스에 한번 제가 펴낸 책을 가지고 직접 출현해봤어요. 물론 처음이라 많이 판매하지는 못했어요. 그러면서 1인 사업자도 아이템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 공구장사이니, 라이브커머스 같은 시스템을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또 이런 마케팅이 요즘 시대의 대세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가능성이 있거나 할 수 있는 것은 해보거나 해봐야죠. 협회 홈페이지도 지금은 찾아 들어와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원하는 것보다 좀 적어요. 우리 회원사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게시판이라도 활성화해야죠. 저는 어떤 행사를 한다면 반드시 그 일을 했다고 홈페이지에 올릴 겁니다. 매일매일 있으면 매일 올릴 것이고, 회장인 제가 무얼 하는지도 알릴 겁니다. 이 사항은 전국의 지회장님들께도 같이하자고 할 겁니다. ”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하지만 그간 공구업에 종사한 많은 선배들의 역사를 책에 정리한 적도 있으시더라요.
“우리업계가 역사와 스토리 정리가 안돼 있어 제가 ‘끈’이라는 책을 통해 한번 정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다 하지 못했어요. 2부는 앞으로 언젠가 꼭 할 생각입니다. 공구거리에 만난 작은 이야기까지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는 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야기와 역사가 있는 뼈대 있는 협회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합니다. 업계의 지나온 발전상을 정리, 기록, 보전하는 간행물 사업과 함께 업계 원로 분들과 관계자의 지난날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담고 정리한 추억의 공간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송 회장은 회원사 간, 세대 간 소통을 위한 위원회 신설을 제안한다. 젊은 사람들이 협회를 가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협회가 해주는 게 뭐가 있냐”는 소리까지 듣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원로의 경험, 청년의 에너지가 융합되어야 하며, 회원사 간의 화합은 물론 세대 간 이해와 소통 증진을 위해 협회 산하에 ‘원로자문위원회’와 ‘청년혁신위원회’를 신설, 운영할 예정이다. 실제로 2세와 부모가 갈등하는 경우가 많다.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역할까지 협회가 나설 생각이다. 이외에도 지역별, 지회별 모임을 협회 주도로 정상화하겠다 등이 그의 공약이다. 협회 주도의 비상 대응팀을 구성하여 지역별·지회별 현안들에 즉시 대응하고, 그 결과를 협회 홈페이지에 게재할 예정. 송 회장은 공약을 액자로 출력해 프로툴 사무실과 산업용재협회 사무실에 걸어두며 8가지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협회 노래와 동영상도 제작 배포하여 소통강화와 협회의 활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부친에 이어 2대째 협회장…“아버지 협회장 맡을 때 회사 나와 공구일 접해”


송치영 회장은 프로툴의 대표이사다. 올해 92세인 그의 부친 송용순 회장은 프로툴의 전신인 신흥상사를 설립하였으며 한국산업용재협회 제10대 회장을 역임한 바가 있다. 이처럼 부자(父子)가 나란히 한국산업용재협회 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공구업계의 첫 사례다. 

 

프로툴의 예전 모습 기억나십니까?
“1968년, 저의 아버님 송용순 회장님께서 서울 청계천에서 ‘신흥상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소위 말하는 작은 보따리상으로 시작하셨습니다. 그 후 일본의 KOKEN, RYOBI, 독일의 WIHA, 스위스의 PBSWISSTOOL 등을 국내에 공급하시며 성장하셨고요. 사업 환경이 아무리 열악해도 아버님께서는 항상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여 주셨고, 1985년에는 한국산업용재협회 제10대 회장으로 취임하여 활동하시며 공구업계를 위한 공적인 일도 하셨어요. 저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회사에 나와 일을 시작했는데요. 저 역시도 자연스럽게 아버님의 길을 따라 공구장사에 뛰어들었던 거죠. 1980년대 중반 제가 처음 청계천 매장에 나왔을 때는 매장이 건물 2층에 있었고, 3층은 사무실 겸 창고였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은 무거운 공구들을 등짐으로 가득 지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죠. 1993년, 아버님께서 신흥세진 주식회사를 설립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신흥세진이 프로툴로 발전한 과정 듣고 싶습니다. 
“IMF 시기였어요. 그때 제가 큰 교통사고를 두 해에 걸쳐 연이어 당했어요. 지금도 제 몸속에는 철핀이 여러 곳에 박혀 있습니다. 몇 달을 병원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회사의 규모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공급하는 제품의 품질에 더욱 신경을 쓰려고 최고급 브랜드 확충에 주목했습니다. 제품 카탈로그도 만들었죠. 이제 취급하는 브랜드가 늘어나니 사업장 공간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공간이 부족했습니다. 거기다 때마침 시작된 청계천 복개공사로 인해 장사에 영향이 많을 것은 자명했죠. 용기를 내어 2005년 서울 금천구 독산동으로 사옥을 이전했습니다. 이후 자동차 정비, 목공, 항공 등 신규시장을 개척했지요. 거래처가 점차 늘어나면서 사업장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해졌고 2015년에는 지금 위치에 있는 전보다 좀 더 큰 사옥으로 이전했죠. 그러면서 그때 회사명도 ㈜프로툴로 바꾸었습니다.”
송치영 대표는 프로툴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 이후 2016년부터 산업용재협회 서경지회장직을 맡는다. 그는 당시 6개월마다 서경지회 회원을 비롯한 공구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열어 큰 주목을 받았다.  

 

대기업은 소상공인 위협 말고 제품개발에 힘쓰라 


공구인을 위한 강의 프로그램를 제공한 송치영 대표는 이후 한국산업용재협회 서경지회장직을 수행하며 많은 미담을 남긴다. 실제로 그는 멀리서 찾아온 손님께는 반드시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는 회사의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런 그가 유진그룹의 공구유통업 진출에 반대하며 격렬한 시위의 중심에 선다.
“사실 제가 경영하는 프로툴이 서울 금천구 독산동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었다면, 그리고 당시에 제가 서경지회장으로 활동하지 않았다면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운명인지 어쩐지 하필 제가 한국산업용재협회 서경지회장으로 있을 때, 그리고 회사 근처에다 유진기업이 자신들의 매장 1호점인 금천점을 열더라고요. 대기업이 수백억을 들여서 대로변에 큰 매장을 내는데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대기업은 대기업답게 수백억씩 들여가며 연구하고 훌륭한 제품을 개발해 수출하는데 힘을 써야지, 공구상 같은 골목상권에 은근 슬쩍 들어와서 국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데 힘을 쓰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었죠. 이건 국내 대기업이 해외자본과 힘을 합쳐 국내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겁니다. 더군다나 유진그룹은 애초에 전국에 120개 매장을 낸다고 엄포를 놓았는데, 이건 오만함을 넘어 기존 우리 공구유통 업계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태죠.”

 


당시 한국산업용재협회 서경지회장이던 송치영 회장은 ‘대기업 산업용재 소매업 진출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한다. 한국산업용재협회 회원들과 더불어 1년이 넘도록 1인 시위는 물론 각종 대규모 집회를 이끌었다. 결국 유진그룹은 정부로부터 에이스홈센터 매장 오픈 3년 유예를 권고 받는다. 이후 유진기업과 법리싸움을 하는 비상대책위 활동을 하며 그때 협회장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 따라서 제24대 협회장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결과는 고배였다.
“유진그룹 관련 문제로 법원에서 씨름하던 와중에 제24대 한국산업용재협회장 선거에 나갔는데 낙선했어요. 저도 그렇고 저를 지지해주시던 회원 분들도 여러모로 실망을 많이 했죠. 그 이후 상당수 회원 분들이 협회를 이탈하셨고요. 그런 상황의 한가운데 있던 저는 말할 수 없이 힘들었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팠죠. 협회의 회원 수가 줄어드는 것은 협회와 공구유통 업계에 안 좋은 소식이 분명하니까요. 특히, 저를 지지해주신 여러 회원 분들이 탈퇴하신 것은 저도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탈퇴의 원인 제공자가 저라는 말이 들리더군요. 그 말을 듣고 저 자신 정말 많이 슬펐습니다. 저를 지지해주시던 분들의 협회 탈퇴를 제가 왜 방조하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선거에 나서면서 제가 협회장이 되면 그분들을 찾아뵈러 가겠다고 약속 했습니다. 실제로 선거 끝나고 난 후 그 다음날, 정말 피곤했거든요, 그래도 그 다음날 바로 방문해서 그분들을 만나서 다시 협회 가입을 부탁드렸습니다.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이니까요.” 

 

 

도와주세요! 하나 된 공구업계 만듭시다


오는 3월 9일 대한민국도 20대 대선이라는 큰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어떤 선거든 경쟁 이후에는 통합과 화합을 위한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송치영 회장도 업계의 화합을 다질 생각이다. 
“제가 제 자신을 돌아보면 이럴까 저럴까 헤매는 사람 같아요. 저는 저 자신과의 갈등이 대단히 많아요.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어떻게 하면 갈등을 덜 만들까 하면서 말이죠. 우리가 익히 아는 ‘갈등’이라는 낱말이 ‘칡 갈(葛)’ 자에 ‘등나무 등(藤)’ 자 아닙니까? 칡은 땅으로 가고 등나무는 하늘로만 가잖아요. 그래서 갈등인 거죠. 우리 업계도 그런 갈등을 이제 줄여야 합니다. 개인 간의 모임에서부터 나라를 책임지는 정당들도 옆에서 보면 다들 수많은 갈등이 존재합니다. 어찌 보면 일정 수준의 건전한 갈등은 조직의 긴장감과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굳어진 반목과 갈등은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앞의 공약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협회 회원 간, 세대 간 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런 방안의 일환으로 과거 선배 협회장님들, 여러 중요 회원 분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시간 나는 대로 찾아뵙고 좋은 의견을 모으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큰소리치는 걸로 들릴 수도 있지만, 약속한 일은 반드시 제대로 하겠습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힘을 빌려주길 부탁하며 업계를 위해 함께 일하겠다는 송치영 회장의 발언에는 올바른 마음이 담겨 있다. ‘뼛속까지 공구상’이라는 말을 듣는 송치영 협회장의 활동에 공구인이 거는 기대가 크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