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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충북 청주 사천철물건재

 

스트레스 풀리는 색소폰 취미 어떤가요?

 

충북 청주 사천철물건재 임정수 대표

 

 

 


새벽 일찍 문을 열어 저녁 늦게 문을 닫는 공구인들은 제대로 된 취미 하나 갖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공구인들에게 사천철물건재 임정수 대표가 전하는 색소폰 추천사.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색소폰


우리나라에서 색소폰이라는 악기가 대중들에게 익숙해 진 건 아마도 1990년대 중반, MBC채널에서 방송되었던 드라마 ‘사랑은 그대 품안에’ 때문이 아니었을까. 드라마 속 차인표 배우가 색소폰을 물고 멋지게 연주하던 장면. 그 장면이 방송된 이후 일시적으로 색소폰 배우는 사람이 늘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이후 발라드와 라이트재즈 색소폰 연주자 케니G의 인지도도 상승하며 색소폰은 우리나라 중장년층에게 인기 있는 악기가 되었다.

 


“색소폰을 금관악기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색소폰은 금관악기가 아닌 목관악기입니다. 각각의 키마다 음정이 정해져 있는 관악기를 목관악기라 하고 그렇지 않은 관악기를 금관악기라 해요.”
충청북도 충주시의 색소폰 동호회 ‘소리향기’에서 총무 역할을 맡고 있는 사천철물종합건재사 임정수 대표의 말이다. 임 대표가 소리향기에 가입하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싱크대 설치 사업을 하는 친구로부터 추천을 받고부터다.
현재 존재하는 색소폰의 종류는 총 일곱 가지. 그 가운데 보편적으로 연주되는 색소폰으로 소프라노, 알토, 테너 그리고 바리톤 색소폰이 있다. 그 가운데 대표가 부는 건 알토 색소폰이다.
“남자들은 대개 테너 색소폰을 불어요. 그 낮은 음이 참 매력이 있죠. 저는 아직 초보라서 알토를 불고 있어요. 이 색소폰이라는 악기는 목의 힘으로 부는 악기거든요. 그래서 노래하고 제일 흡사하대요. 노래를 잘 부르면 색소폰도 잘 불 수 있는데 하나의 노래도 여러 분위기로 부를 수 있듯, 색소폰도 비브라토, 터닝, 칼톤, 벤딩 이런 기술들을 적재적소에 구사해야 해요. 그게 색소폰의 진정한 묘미죠.”

 

 

스트레스 해소와 정신 수양에 특효약


사천철물건재를 차리기 전, 대표는 건축회사에서 일했다. 그러면서 건축일과 관련된 철물건재 유통에 매력을 느껴 매장을 오픈했다. 지금의 그 자리에서 사업을 시작한지 올해로 37년 째. 그간 우여곡절도 많았다.
“여기서 오래 하다 보니까 남들은 내가 예전처럼 사업을 크게 하는 줄 알아요. 예전에는 정말 잘 나갔죠 큰 건물도 두 채 있었고. 그러다 10년, 15년 전에 부도를 크게 맞았어요. 대형 건설회사에 납품하다 그 회사가 부도나면 우리도 몇 억씩 부도를 맞아요. 몇 군데서 연쇄적으로 그렇게 터지니까 정말 안 좋은 생각도 몇 차례 했어요. 내가 용기가 없어서 못 그랬지.”
사업하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개인 사업은 정말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다. 선천적으로 술을 못 마시는 임정수 대표이지만 거래를 따내기 위해 거래처 사람과 매일같이 술자리를 가졌다. 자신의 몸을 혹사한데다가 거기에 겹친 거래처들의 부도. 무거운 스트레스가 중첩되면서 대표에게 위암이 찾아왔다. 다행히도 지금은 거의 완치된 상태다.
“부도 맞고 몸 아프고 하면서 욕심을 버렸어요. 예전에는 매출이 대부분 납품 위주였는데 지금은 현금 소매 쪽으로 매출 방향을 틀었죠. 색소폰도 시작하고요. 정말 좋더라고요. 괜히 술마시고 당구 치고 쓸데없이 돌아다니는 것 보다 훨씬 좋아요. 사업의 스트레스도 풀리고 또 무엇보다 마음이 차분해져요. 내 성격이 원래 좀 급하거든요? 그런데 색소폰을 불면서 가라앉더라고요. 정신 수양하는 기분이에요.”

 

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는 동생 임동수 씨.

 

동호회 총무 맡아 연습실 리모델링도


회원 수 20여 명인 소리향기 동호회에 가입한 직후, 대표는 매일같이 연습실에 나갔다. 저녁에 일을 마치고 밥을 먹고 연습실에 가 새벽 한시까지 색소폰을 불었다. 처음엔 색소폰을 어떻게 쥐는 줄도 모르고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그만큼 재미있었기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연습을 계속했다.
“나 같은 초보는 하루만 연습을 안 해도 감을 잃어요. 같은 음을 내려고 해도 자꾸 그 느낌을 잃어버려. 지금 내 꿈은 버스킹(기술을 구사하는 즉흥 연주)까지 할 수 있을만큼 실력을 키우는 거예요. 최소 5년은 불어야 가능하다고 그러더라고. 기교를 자연스럽게 발휘해서 얼마나 맛을 내 곡을 연주할 수 있느냐. 이게 색소폰 연주의 척도거든요. 그만큼 불고 싶어요.”
색소폰에 푹 빠져버린 임정수 대표는 동호회의 총무를 맡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사업을 주도적으로 행하고 있는 중이다. 대표 중심으로 진행했던 가장 큰 사업은 연습실 리모델링. 중앙 홀을 중심으로 1인1실의 개인연습실 여러 개가 있는 연습실에 몇 개의 개인연습실을 추가했다. 각 연습실에는 350만 원씩 하는 개인 반주기의 설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안전을 위해 각 연습실마다 방염 처리도 완료했다. 구비되어있는 색소폰의 도난 방지를 위해 CCTV설치며 보험 가입까지 임 대표가 진행한 사항들이다.

 

연습실의 모습. 앞에 놓인 반주기의 가격이 350만원이다.

 

공구인 취미로 색소폰 추천해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춤과 음악을 좋아하는 민족으로 외국에서도 인정해 왔다. 조선시대 현종실록을 보면 전남 무안의 어민 18명이 풍랑으로 오키나와에 떠밀려 갔는데 의사소통이 안 돼 헤매던 와중, 가져다 준 북을 치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오키나와 인들은 그들이 조선인임을 알았다 한다. 그런 기록이 있을 정도인데 과연, 우리나라 5천만 인구 중에 음악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취미란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발전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표는 색소폰을 취미로 선택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소리향기 동호회 단장님의 색소폰. 천 만원이 넘는 가격이라고.


“공구상 운영하시는 분들은 좋은 취미 갖기가 힘들잖아요. 손님 응대하랴 재고 챙기랴 얼마나 바빠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런 공구인들에게 색소폰은 정말 좋은 취미인 것 같아요. 스트레스 받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지잖아요. 그럼 사업적인 판단력도 흐려질 수 있는데 말씀드린 것처럼 색소폰을 불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정서적으로도 좋고요. 색소폰 정말 추천, 또 추천드립니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