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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공구인 칼럼] 세상의 바람 속에 나를 세우려면

 

세상이라는 바람 속에  나를 세우려면

 

수 십 년 공구 장사를 하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이른 아침 가게 문을 여는 성실한 공구인들은 나의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공구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산지 수 십 년이 지났다. 우리 공구인의 미래를 위한 내 생각을 말해 본다.

 

 

자신의 환경을 탓하지 말자


1948년에 태어난 나는 8남매 장남이라는 책임감 속에서 인생을 한탄할 틈이 없었다. 나만 바라보는 어린 동생들을 생각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둘러 일을 시작 했다. 사회생활 시작도 공구장사가 시작이 아니었다. 우연히 본 세무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공무원 생활을 9년동안 했다. 지금이야 세무공무원은 안정적이고 인기가 많은 직업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월급이 턱 없이 적어서 딸린 식구가 많은 내게는 좋은 직장이 될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다만 세상 순리에 내 인생을 맡기다보면 길이 나오는 법이다. 남보다 못한 자신의 환경을 탓하지 말자. 나 역시도 가난했고 배고팠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내 삶의 기준과 법칙을 정해 지키면서 살았다. 힘든 환경 속에 있어서 나는 장사라는 생존법을 익혀야 했다. 노력하다 보면 삶의 방향이나 길은 나타난다.

 

불안하면 책을 읽고 마음 공부하자


지금도 처음 장사를 시작하기 전날 밤이 생각난다. 불안함과 긴장과 걱정 속에서 쉽게 잠들지 못했다. 세무공무원을 그만두고 ‘김공구’라는 친척 어른이 운영하시는 유명 공구상에서 일을 했었다. 애초에 최소 3년은 일하기로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그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내 사업을 시작해야 했다. 직장생활과 달리 사업은 모든 것이 나 자신의 능력으로 이루어진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모두가 마찬가지지만 야생에 놓인 것 같은 암담함을 느끼게 된다. 나는 불안 할 때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쌓고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했다. 걱정만한다고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내게 주어진 환경에 맞춰서 내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독서도 내 삶을 변화시키는 한 가지 방법이다. 그리고 내 삶에서 가정생활과 회사생활을 나누는 법을 익히도록 하자. 가정에 있었던 일을 회사로 가져오지 않고 회사에서 있었던 불쾌한 일을 가정으로 가져가지 않는 것이다. 부부싸움 했다고 회사에서 불쾌해하면 안되고 회사에 발생한 문제도 퇴근 이후에는 생각하지 말자.

 

 

때로는 불운이 행운이 되더라 


사업을 시작하면서 나는 자본금이 많지 않았고 여러 사정으로 소수의 품목만 취급해 회전율을 높이고 관리가 쉽도록 노력했다. 당시 ‘고이께’ 브랜드의 산소게이지를 취급했는데 우연한 기회로 고이께 제품의 국내 총판이 되었다. 기존에 있던 대리점에서 내게 모든 재고품을 넘긴 것 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당시 국내 시장 상황을 잘 몰랐고 용접관련 제품의 판매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큰 돈을 주고 모든 제품을 넘겨 받았는데 재고품 중에는 10년이 넘게 안 팔리던 악성재고품도 다수 있었다. 남들이 찾지 않는 악성재고를 비싼 돈을 주고받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조선업을 시작하면서 그런 악성재고가 귀한 자산으로 변신을 하게 된다. 더욱이 내가 취급하던 제품이 수입선 다변화품목으로 수입 규제 품목이 되었다. 규제를 슬기롭게 넘기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사업은 하루가 다르게 번창했고 나는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업은 그 미래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마스크 품절로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갈 때가 있었다. 반면 요즘에는 요소수 대란이다.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사업이 재밌고 어려운 것 같으며 약간의 운도 필요하다.

 

 

자신의 그릇 파악하고 타인을 인정하자


사람은 사람마다 가는 길이 있고 그릇의 크기도 다르다. 사업을 잘 하는 것과 자산을 불리는 것도 다르다. 사업에는 운도 따라야 하지만 노력도 대단히 필요하다. 월급 200만 원 받는 직장인도 매월 100만 원 저축하는 사람과 받는 월급 200만 원을 다 쓰는 사람은 10년 후 미래가 달라진다. 누군가에게는 1억 2천만 원의 자본금이 있는 반면 월급을 다 쓰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지금의 나도 미래를 대비하면서 적금을 넣고 있다. 욕심을 부린다고 불필요한 것을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쓸데없는 욕심과 욕망을 부리지 말고 내게 꼭 필요한 것을 파악하고 목표를 정하도록 하자. 우리 가족이 살아갈 집, 자신이 사업체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공간 정도는 꼭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 나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나보다 더 사업을 훌륭하게 진행하는 사람과는 가까이 해서 배우도록 하자.   

 

우선순위 정하고 기본 지켜야

 


요즘 시대는 옳고 그름의 가치가 옅어진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이 변해도 지켜야 하는 이치는 분명하다. 나는 성당에서 봉사일을 50년 하면서 산업용재협회 일을 20여년간 봉사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산업용재협회관 건립위원회 수석 부위원장을 5년째 한다. 나 자신과 회사를 위해 일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길은 있다. 우선순위를 잘 지키면 된다. 나 같은 경우 첫째가 성당, 둘째가 회사, 셋째가 가정, 넷째가 나 자신이다. 이것은 삶의 법칙이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나를 우선 순위에 두어서는 안된다. 마음가짐, 매입, 매출, 관리, 금리, 세금, 소통, 친교 등 두루 두루 신경쓰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삶에 있어서 요행을 바라지 말자. 우선순위를 정하고 내가 지켜야 할 부분을 정확히 세워야 세상이라는 바람 속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우뚝 세울 수 있다. 사람은 스스로 신의를 지키면서 사업을 하고 내게 맞는 배우자를 찾아 가정을 이루고 가정을 지키면서 자식을 바르게 키우는 것이 옳은 길이다. 내가 가진 것이나 내가 누릴 권리에 대한 욕심 따지면서 저울질하지 말자. 바르고 성실하게 일하면서 좋은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바르게 키우는 것이 나 자신과 우리 공동체 더 나아가 국가를 위한 길이다.  

 

_ ㈜장구공사 정병모 대표이사 / 정리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