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RS
정광 피.에스.아이
많은 공구인들이 공구함 하면 프로메이드(Promade)브랜드를 떠올린다. 프로메이드 공구함을 생산하는 ‘정광 피.에스.아이’는 1989년 5월 설립된 이래 35년 가까이 공구함은 물론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해왔다. 가볍고 튼튼하면서 오래가기로 유명한 프로메이드 공구함에는 특별한 제작 비밀이 숨겨져 있다.
프로들이 사용한다는 뜻의 프로메이드 (Promade)는 ‘정광 피.에스.아이’가 탄생시킨 국내 대표 공구함 브랜드다. 1989년 ‘정광산업’으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광 피.에스.아이’는 공구함을 비롯한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들을 생산한다. 정광 피.에스.아이를 창업한 나형순 대표로부터 프로메이드 공구함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공구함은 플라스틱 재질로 제작한 것이 사용이 편리합니다. 천은 내구성과 오염에 취약하고 철은 튼튼하지만 너무 무겁고 시끄럽죠. 과거 30년 전에는 공구함 재질로 철을 많이 사용했었어요. 프로메이드 제품이 나오면서 철 공구함은 시중에 사라졌지요. 공구함에도 급이 있습니다. 좋은 공구함은 내구성이 좋고 가볍고 튼튼해야 합니다. 특히 플라스틱 재질 공구함은 겨울에 강한 충격이 들어가도 깨지거나 금이 발생하면 실패작이죠.”
플라스틱 제품의 내구성을 위해서는 좋은 플라스틱 원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해야 한다. 적절한 비율을 찾는 것도 관건이다. 다양한 원재료의 비율과 함께 생산 환경과 온도가 플라스틱의 내구성을 결정한다. 30년 동안 플라스틱 사출 성형 기술을 쌓고 각종 시설과 생산설비에 많은 투자를 했기에 정광에서 생산한 공구함은 추운 겨울에도 깨지지 않는 강력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긴 세월 변함없는 고품질 제품 생산이 바로 정광의 정체성이다.
“저희 정광에서 제작하는 ‘프로메이드’ 공구함은 가격이 아닌 내구성이 뛰어난 것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한겨울에 높은 곳에서 공구함을 내던져 내구성을 확인하는 등 철저하게 품질을 지키고 있어요.”
정광 피.에스.아이의 전신 정광산업은 공구함 출시 이후 불과 몇 년 후 국내 공구함 분야 선두업체가 된다. 예나 지금이나 프로메이드 공구함을 사용해본 사람들은 가격 대비 내구성과 디자인이 훌륭하다 한다. 2024년 현재 정광 이외에 한국에서 공구함을 직접 생산하는 업체는 없다.
“1980년대 당시 플라스틱 공구함은 생소한 제품이었죠. 제가 창업하기 직전 다른 큰 기업에서 플라스틱 공구함을 국내에 제작 유통하고 있었는데요. 내구성이라던지 디자인이 제 생각에 부족했어요. 내가 만들면 더 잘 만들 것 같아서 직접 제작에 뛰어들었죠. 작은 중소기업 제품이 대기업 제품을 이기기란 쉽지 않아요. 그런데도 저희 제품을 고객분들이 더욱 사랑해 주셨죠. 그리고 제 뒤를 이어 공구함을 제작한 다른 업체들이 여럿 나타났지만 지금은 다 사라졌어요. 저희가 제품이 좋은 것도 있지만 사실 시대가 변하면서 공구함 제작만으로는 마진을 보기 어려워서죠. 그동안 저가의 수입제품이 시장에 들어왔고요. 그러나 지금도 정광의 프로메이드 공구함은 품질과 내구성 면에서 수입 국산 통틀어 업계 최고다 자부합니다.”
나형순 대표는 첫 사회생활을 금형 설계자로 일했었다. 그랬기에 그는 혼자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을 구상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직장 동료들에게 돈을 빌리고 대출도 받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시작한 정광산업은 대출금과 빚을 1년 만에 다 갚을 만큼 초기에는 아주 번창했다. 내구성과 디자인이 소비자가 만족할 만큼 공을 들여 제품을 생산해서다. 30여종 특허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제품과 생산관련 연구 개발에 많은 노력을 해왔다.
“내구성, 디자인과 같은 제품 품질만큼 판매처도 중요합니다. 창립 초기 저는 청계천 공구상인들을 만나 설득을 했어요. 매일 매일 배송 할 테니 그날 그날 판매가 다 되면 바로 바로 연락을 해라. 공구함은 고가 제품이 아니지만 부피가 큽니다. 대량으로 구입하면 공구함 보관에 필요한 큰 공간, 큰 창고가 필요하죠. 대기업 공구함 제품은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니 창고가 필요하고 반면 저는 일일 배송해주니 상인들이 제품 보관 문제를 해결해 주었죠.”
품질이 좋은 공구함을 소량 판매 일일 배송 방식으로 판매하자 월세로 시작했던 공구함 제작 사업은 5년 만에 자신의 공장을 마련 할 수 있게 해주었다. 10년이 지나자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공장을 세웠다고. 그리고 지금 현재 정광 피.에스.아이는 인천 공장 본사와 더불어 부산 물류센터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
“안타깝지만 2024년 한국 산업 현장에서 공구함 제작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사출 성형 사업 그 자체로 큰 이문이 나지 않습니다. 30년 전과 달리 인건비도 많이 올랐고요. 물류비도 많이 올랐죠. 저희는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사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대한의 자동화 설비도 이루어 냈고요. 하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제 판단으로는 공구함 시장은 지금 점점 축소되고도 있어요. 감정을 떠나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공구함 시장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되지 않습니다. 생산인구도 줄고 유통환경도 과거와 다르고요. 저희는 공구함과 더불어 생활용품, 사무용품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생산 하는 데 힘쓰고 있죠.”
5년 전부터 나형순 대표의 옆에는 장남 나현수 온라인 사업부 팀장이 서 있다. 아버지를 도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나현수 팀장은 나형순 대표가 개인적인 이유로 자리를 비울 때마다 훌륭하게 경영을 대신한다. 나형순 대표는 어떤 부분에서는 아들 세대가 아버지 세대보다 뛰어나다 말한다.
“디자인, 트렌드는 아버지 세대보다 젊은 아들 세대에게 맡겨야 합니다. 젊은 감각이 필요한 디지털, IT, 데이터 업무는 경영 2세에게 전격적으로 맡겨야 하는 거죠. 반면 우리 아버지 세대는 경험과 직감, 관록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제품 생산 관리, 시장의 변화와 흐름을 육감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버지 세대가 낫다고 봅니다. 저희 정광도 그렇습니다. 제품 개발과 생산은 창업자인 제가 하고 온라인 판매 데이터 관리 등은 후계자인 아들이 하는 거죠. 2024년 시장 상황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포기 할 순 없죠. 저희 정광 피.에스.아이는 저 나형순과 아들 나현수 팀장이 함께 노력해서 불안한 미래를 극복 할 것입니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