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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기계
삼천리기계 서홍석 대표는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다. 강인함과 책임감을 상징하는 산뜻한 파랑색을 회사 상징색으로 사용하며 회사 곳곳을 파랑색으로 꾸몄다. 자신의 휴대폰 케이스까지 산뜻한 파랑색을 사용하는 서홍석 대표의 모습에서 삼천리의 제품이 왜 명품으로 거듭나는지 알 수 있다. 한국 최고의 척 생산기업 삼천리기계의 모습을 살펴보자.
삼천리기계는 국내 최고의 척(Chuck) 생산기업이다. 선반에서 공작물을 고정하는 장치인 척은 종류도 다양하다. 삼천리는 유압척, 유압실린더, 특수척, 로터리테이블, 바이스, 스크롤척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두산공작기계, 현대위아, 화천기공 등과 거래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해외기업에서도 삼천리의 제품을 찾는다. 현재 삼천리는 국내의 경쟁자들을 모두 따돌리고 독일, 일본 등의 1류 기업들과 품질경쟁 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난 날과 자라는 환경이 저마다 다릅니다. 제품도 마찬가지죠. 한국에서의 제품 생산 환경이 독일, 스위스와 같을 수 없습니다. 다양한 1류 회사가 모여 협업을 해야 1류 제품이 나옵니다. 열처리 1류, 소재 1류, 가공 1류 등. 1류 기업들이 동시에 힘을 합쳐야만 최고의 제품이 나오죠. 독일, 스위스에는 여러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제작 기업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상향평준화 되어 있고요. 작고 사소한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도 1류 제품을 만드니 독일 스위스 제품이 다른 나라 제품에 비해 뛰어납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인식하는 공작기계 품질 순위는 스위스, 독일, 일본 순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삼천리기계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특허를 가지고 우리 밖에 못 만드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베스트셀러 제품인 유압척과 유압실린더는 독일, 일본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직원들이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연구하고 노력하면 시간이 걸려도 언젠가는 독일, 일본 회사를 추월한다 확신합니다.”
서홍석 대표의 공장 환경 및 설비에 대한 집착은 무시무시하다. 유럽 선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최고급 설비를 아낌없이 투자했으며 온도와 습도는 물론 조명과 청결까지 생각하는 최고의 작업환경도 마련했다. 그 결과 한 겨울에도 반팔로 작업하는 밝은 표정의 엔지니어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삼천리기계의 시작은 연탄과 도시가스로 유명한 ‘삼천리그룹’의 기계파트부서다. 1975년 당시 25살 청년이었던 서홍석은 삼천리그룹에 입사한 이후 일본의 유명한 ‘척’제조회사에서 제작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국내 공작기계 관련 기술이 전무 했던 시절, 일본에서 첨단 기술을 배운 서홍석은 국내의 손 꼽히는 최고의 엔지니어로 인정받았다. 시간이 흐르며 삼천리그룹 정밀기계사업부 본부장까지 맡게 되지만 IMF가 찾아오면서 그는 뜻하지 않게 독립을 한다.
“공작기계부분은 오랜 시간 투자가 이루어져야 흑자가 납니다. 생산설비 투자뿐만 아니라 훌륭한 엔지니어 다수를 양성해야 하고 동시에 안정적이고 큰 매출처도 확보해야 성장하죠. 단기적 투자로 쉽게 큰 흑자가 나오는 구조가 아닙니다. 연탄이나 도시가스 같은 에너지 산업과는 다르지요. IMF와 함께 삼천리그룹 경영진이 교체가 되더니 에너지 산업에 비해 쉽게 흑자나지 않는 기계부문을 분사 결정하더군요. 22년을 일했는데 다른 대안이 있나요. 제가 기계부문 일부를 삼천리그룹 본사로부터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그렇게 완전한 독립을 했죠.”
샐러리맨에서 순식간에 스타트업 CEO가 된 상황. 자신이 사업을 하리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필요한 자본금도 부족했다. 돈 문제로 고민이 많았지만 가만히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어느 날 사무실에 팩스 한 장이 들어왔는데 경기도에서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금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라 서류를 만들어 지원해 위험한 고비를 넘겼죠. 운이 좋았습니다. 도움을 청하니 도와주는 사람들도 나타나고요. 시도 해보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2000년 초반, 매출을 위해서는 국내 대기업과 거래하는 일이 필수인 상황이었는데 대기업은 작은 회사의 기술력을 신뢰하기 힘들어 하더군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본의 모 기업과 기술제휴를 시도하면서 대기업 신뢰를 받아 납품이 이루어질 수 있었고요. 삼천리라는 브랜드 가치를 포기하지 않은 것도 훗날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미래를 치열하게 준비해야 살아남는 것이 세상이더군요.”
삼천리기계는 1975년 창립이후 지금까지 공작기계 주변기기 제조의 외길만 걸어왔다. 45년이 넘는 긴 세월, 지금까지 삼천리를 이끌어온 서홍석 대표는 공작기계 설계부터 제조, 개발까지 완전한 국산화를 이루어 낸 장본인이다. 동시에 그는 삼천리기계가 직원이 행복한 기업이 되기를 갈망한다. 인천 남동공단 1만1593㎡ 대지에 연면적 2만2706㎡ 규모로 세워진 삼천리 사옥은 미국 실리콘밸리 IT기업 환경과 비슷하다. 직원을 위한 식당, 영화관, 축구장, 당구장, 탁구장, 농구장은 물론 샤워 및 휴식공간을 갖추었다. 전 직원이 동시에 모든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주차공간까지 확보했으며 생산현장은 마치 식품공장처럼 밝고 깨끗해 청결함과 쾌적함을 자랑한다.
“물론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하죠. 그런데 함께 일하는 직원의 환경과 행복도 무척 중요합니다. 기술이든 품질이든 결국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타인을 감동시키는 완벽한 제품도 직원의 손끝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오직 돈을 벌기 위한 기업은 저의 경영철학과 맞지 않습니다. 나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회사를 즐겁게, 보람 있게 일하는 곳이어야 하고 또 그것이 당연합입니다. 나 역시 22년 동안 직장인이었고 회사원이었습니다. 기업은 사원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개인의 돈벌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헌신하면 직원들의 이직률도 낮아지고 기술축적도 가능해지고 새로운 기술도 탄생합니다.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서 어떻게 새로운 것이 나타나겠습니까. 실패를 해도 행복하게 다시 새롭게 도전하는 자세. 그것이 우리 삼천리기계의 모습입니다.”
우리나라 기계 제작의 역사가 선진국보다 짧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가 인정하는 명품을 시장에 내보내고 있다. 그리고 명품 리스트 속에는 삼천리기계의 제품도 함께한다. 제품부터, 경영, 기업문화와 환경까지 오직 일류를 고집하고 업계를 선도하는 삼천리기계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제조회사로 인정받고 있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