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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의 역사] 6만년 전 네안데르탈인들도 사용한 사다리의 역사

 

6만년 전 네안데르탈인들도 사다리 사용

 

인류의 삶과 생활에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는 사다리. 고대의 사다리부터 현대의 최신식 사다리까지, 사다리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중국 춘추시대의 사다리 이용 병기 ‘운제’

 

식물로 만든 사다리가 있다?


사다리에 대해 현재까지 밝혀진 자료 중 가장 오래된 자료는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라 파시에가(La Pasiega) 동굴 벽화다. 이 벽화에는 사다리를 포함한 동물 모양의 그림들이 붉은 황토로 그려져 있는데 약 6만 5000년 전 네안데르탈인들이 그린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벽화를 통해 최소 6만 년, 또는 그 이전부터 사다리가 존재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스페인 라 파시에가 동굴의 사다리와 동물 모양의 벽화


외에도 약 만 년 전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에는 사다리를 이용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바로 스페인 발렌시아 아라냐(Araňa) 동굴의 벽화다. 1919년에 발견되었으며 사다리를 이용해 벌집에서 꿀을 채취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때의 사다리는 현재의 딱딱하고 단단한 나무, 철제 사다리가 아닌 식물을 엮어 만든 유연하고 부드러운 끈 사다리로 보인다. 

 

스페인 아라냐동굴의 사다리를 타고 꿀을 채취하는 사람 벽화

 

1862년, 현대식 사다리 첫 등장


‘반문농부(班門弄斧)’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노반의 집 앞에서 도끼 솜씨를 자랑한다’라는 뜻으로, 재주가 뛰어난 사람 앞에서 함부로 재간을 부리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노반(魯班)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BC770~BC221) 말기 노나라 사람으로 손재주가 좋아 대패와 톱, 맷돌 등 다양한 물건과 도구를 만들었다. 노반이 만든 물건에는 사다리를 이용한 병기도 있는데, 구름에 닿을 듯 높다는 의미로 ‘운제(雲梯)’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운제는 사다리를 단 대차로, 병사를 태워 성벽을 넘어가거나 정찰하는 데 사용되었다. 운제의 밑부분에는 운제를 운용할 병력이 들어가는 칸막이가 있었고, 뒷부분에는 2단계의 사다리가 있어 많은 병력들이 오르내리면서 싸울 수 있었다. 당시 노반이 살던 시대에는 성을 중심으로 전투가 전개되었기에 이런 사다리를 이용한 병기가 개발된 것으로 추정되며, 신라의 법당군단에 운제를 전문적으로 운용했던 운제당이 편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한반도에서도 널리 이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존 H. 볼슬리와 그의 집에 전시된 접이식 사다리, 도면


시간이 흐르면서 사다리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었는데, 현재 흔히 사용되는 접이식 사다리는 1862년, 미국의 존 H. 볼슬리(John H. Balsley)가 개발했다. 이전에는 주로 계단형 사다리가 사용되었으나, 접이식 사다리의 등장으로 이동성과 편의성이 좋아져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접이식 사다리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기존에는 주로 나무로 사다리를 만들었지만, 1880년대에 알루미늄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소재가 나무에서 알루미늄으로 대체되었다.  

 

사다리로 첨성대를 오르는 모습을 표현한 모형

 

첨성대에는 어떻게 올라갔을까?


우리나라 유물에도 과거부터 사다리를 사용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물건들이 남아 있다. 경주 첨성대는 신라시대 천문 관측대로 남동쪽으로 창이 나 있는데 ‘사람이 가운데로 해서 올라가게 되어있다’라는 기록을 바탕으로 바깥쪽에 사다리를 놓고 창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 뒤, 사다리를 이용해 꼭대기까지 올라가 하늘을 관찰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가야 시대 사다리는 하나의 통나무를 파서 단을 만든 통나무 가공형과, 목재를 우물 정(井) 자 형으로 이은 조립 결구형으로 구분된다. 조립 결구형은 다시 목재에 홈을 파서 끼워 넣는 형태와 끈으로 묶는 형태로 세분화된다. 이런 가야 시대의 사다리들은 집 모양 토기들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습기와 짐승으로부터 곡식을 보호하기 위해 집을 높이 짓고 사다리를 설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집모양 토기들


공주 공산성에서는 1,500년 전 백제시대의 사다리가 당시 모습 그대로 발견되었다.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대형 연못 바닥에서 출토되었으며 길이 6m, 너비 70~80cm이고, 발판은 50cm 간격으로 11개가 있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발판의 양쪽 끝부분에 장방형의 촉을 내어 결합한 형태로 백제 목재 기술의 우수성을 보여준다. 


공주에서 발견된 백제시대 사다리
 

기능과 안전을 모두 잡은 K-사다리


사다리의 형태는 다양하게 발전했지만 지금도 낙상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안전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불안하다. 이동식 사다리 사망재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공단이 민간과 협력하여 K-사다리 개발을 완료했다. K-사다리는 바닥의 지형지물에 맞게 자동으로 고정되는 능동형 아웃트리거(보강대)로 전도사고 예방에 특화되었고, 기존 A형 사다리와 비교했을 때 추락과 전도에 대한 안전성이 높고 경량성, 휴대성이 강화되어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은 작년 9월부터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를 대상으로 K-사다리 구입 비용을 지원하면서 현장의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_ 엄소희 / 출처 _ 위키피디아, 문화재청,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