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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울산 철물이야기

 

공구상은 아이들 놀이터 공구로 놀잇감도 만들어요

 

울산 철물이야기 한승봉·김송이 대표 부부

 

일 육아 병행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주말도 없이 일하는 공구상 부부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공구상을 아이들의 놀이터처럼 활용하고 공구로 놀잇감도 만들어 공구상 일과 육아를 
성공적으로 병행한 부부가 있으니 철물이야기 대표 부부가 그들이다.

 

 

매장 안 작은 방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을산광역시 북구 명촌로, 공구상 철물이야기 매장 안에는 한평 될까 말까 한 작은 방이 하나 있다. 모든 이야기는 바로 이 방에서부터 시작한다.
철물이야기 한승봉 대표는 부모님이 운영하던 공구도매점에서 15년간 일하다 6년 전인 2018년 아내 김송이 사모와 독립해 철물이야기를 차렸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어마어마한 넓이로 펼쳐져 있는 울산 명촌 바로 인근이다. 당시 한승봉·김송이 부부에겐 두 명의 자녀가 있었다. 아들 한진훈 군과 딸 한보민 양. 그 때 나이 각각 일곱 살, 다섯 살.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이었다. 대표 부부, 특히나 아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일과 육아 병행의 시작이었다.


“그래도 요즘은 유치원 차량이 다 오니까 가게 뒤에서 유치원 차 오면 태워 보내고 하원할 때는 또 나가서 데려오고 그리고 학원 보내고 하니까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요.”


하지만 어려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친 것. 학교나 유치원 등교는 물론 사회 전체가 봉쇄되다시피 했던 그 때, 공구상 일을 하며 아이들을 봤지만 아이들은 그저 매장 안 작은 방에서만 놀 수 있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못 하고 작은 방에서만 있다 보니까 아이들이 짜증을 내는 거예요. 가지고 놀 것도 매장 안에 있는 것들뿐이니까. 안쓰럽더라고요. 그래서 ‘매장을 아이들 놀이터로 만들어 보자’했던 거죠.”


공구상의 놀이터화(化)는 그렇게 시작됐다.

 

아들 한진훈 군(12)과 딸 한보민 양(10)

 

유치원교사 엄마의 공구놀잇감 제작


두 아이의 엄마 김송이 사모의 능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전직 유치원 교사였던 그녀는 유치원에서 일할 때도 문구점과 철물점을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그런 곳으로부터 아이들 놀잇감을 만들 모티브를 찾곤 했던 것이다.
먼저 작은 방 테이블 위에 매장에서 판매하던 마스킹테이프(종이테이프)와 도화지, 그리고 물감을 준비했다. 그러곤 마스킹테이프를 도화지에 여러 방향으로 붙인 뒤 아이들에게 마음껏 색칠할 수 있도록 내버려 뒀다. 서툰 아이들 손으로 삐죽삐죽하게 색칠하더라도 마지막에 테이프를 뜯어내니 작품 하나 완성! 그뿐만이 아니다. 역시나 매장에서 판매하는 코팅지에 아이들에게 매직으로 여러 모양을 그리게 한 뒤 불을 끄고 매장 판매 손전등으로 비추는 ‘매직 손전등’ 놀이도 아이들의 신나는 놀잇감이 되었다. 그 외 여러 가지 간단하다면 간단한, 창의적이라면 창의적인 방법으로 김송이 사모는 공구를 이용해 갖가지 놀잇감을 만들어 냈다.


“아이들이 참 좋아하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장난감으로 변하니까 재밌었던 것 같아요. 또 아빠 매장에서 판매하는 물건으로 만든 것들이니까 더 좋아했던 것 같고요.”

 

 

아빠가 생각해 낸 ‘숨은공구찾기’


엄마가 공구로 아이들 놀잇감들을 만들어 냈다고? 아빠도 질 수 없지! 이번에는 한승봉 대표가 아이들을 위한 놀이를 떠올렸다. 숨은보물찾기를 응용한 ‘숨은공구찾기’가 그것이다. 먼저 카운터에 있는 모니터에 공구 이미지 하나를 띄운다. 그리고 “이 물건이 여기 매장 안에 있거든?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아볼 사람?” 아이들은 정말 보물찾기라도 하듯 공구상을 뒤지기 시작한다. 진정으로 놀이터가 된 공구상의 완성이다.

 


“저희 남편이 애들 눈높이에서 찾을 만한 공구 사진을 보여주고 애들이 막 찾아다니다가 발견하면 ‘아빠! 아빠! 여깄어!’하고 소리치면서 아빠를 불러요. 그렇게 놀아줄 수 있는 모습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한승봉 대표가 아이들과 놀아주려는 열정도 상당하다. 사실 독립 전, 부모님 매장에서 부모님과 함께 일할 때는 주말이면 만사 젖혀두고 아이들과 놀아주기에 열심이었다는 아빠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놀아주며 팬데믹 시기를 잘 보낸 지금, 아이들도 많이 커 큰아이는 열두 살, 작은아이는 열 살이 됐다. 이제는 밖에서 친구들과 노느라 매장 안의 작은 방은 잘 찾지 않는다는 아이들. 그래도 아이들에게 매장의 작은 방은 자신들만의 아지트로 남아 있다.


“날씨가 안 좋거나 하는 날은 밖에서 못 노니까 방으로 와요. 그리고 친구들한테 전화를 하는데 재밌는 게 ‘야 철물이야기로 와’하는 거예요. 진짜 듣고 웃겨서. 우리 가게로 와도 아니고. 하하하. 자기들 아지트인 마냥 놀다 가니까 왠지 좀 뿌듯하더라고요.”

 

 

일 육아 병행에 공구상은 좋은 직장


철물이야기 곳곳에서는 공구로 만든 놀잇감뿐 아니라 각종 장난감 모형들도 눈에 띈다. 진열된 어망 안에는 물고기 모양 플라스틱 모형이 들어있고 천장엔 손으로 날리는 장난감 글라이더가 매달려 있다. 그리고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전동공구 옆에는 각 컬러와 비슷한 색상의 프라모델들이 마치 함께 진열된 것처럼 놓여 있다. 대표 부부가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일 육아 병행의 모습이 그런 것들로부터 드러난다.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일하는 공구상 대표들은 아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쩌면 아이들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을 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한승봉 김송이 부부는 말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환경과 기회를 살려 최대한 놀아주면 되는 것이고 그 이후는 아이들이 따라와야 한다고.
김송이 사모도 역시 다른 업종에서 일하는 워킹맘들과 달리 공구상은 내 사업이다 보니 아이가 아픈 경우에도 엄마로서 충분한 시간 활용을 할 수 있는 것 역시 공구상의 장점이라 말한다.

공구상, 철물점이라는 공간은 어쩌면 아이들에게 위험한 공간이라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없이 다양한 공구들이 진열되어있는 공구상은 반대로 아이들에게 충분한 놀이공간이 될 수도 있다. 일 육아 병행에도 쓸 만한 직장이라는 공구상, 그리고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한 공구상을 바로 철물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치원 교사 경력 철물이야기 김송이의
공구 활용 놀잇감 만들기

 

 

야광테이프로 즐기는 야광놀이

 

 

야광봉 놀이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인데 야광봉을 테이프로 하나하나 붙이기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낸 야광(축광)테이프! 그냥 가위로 잘라서 붙이기만 하면 되니까 좋고 색상과 사이즈도 고를 수 있어 더 좋아요. 아이들도 좋아해서 여름에 놀러갈 때마다 항상 야광테이프를 챙겨가요.

 

 


 

마스킹테이프 이용 물감놀이

 

 

스케치북이나 도화지에 마스킹테이프(종이테이프)를 붙여 칸을 나누고 아이들한테 다양한 색상의 물감으로 칸을 색칠해보라고 하는 거예요. 삐죽삐죽 색칠해도 테이프만 떼면 근사한 작품 완성이랍니다.

 


 

손전등으로 즐기는 매직손전등 놀이

 

 

우선 코팅지에 색색깔의 매직으로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그리고 불을 끄고 손전등으로 코팅지를 벽에 비추는 거죠. 그럼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벽에 비춰지거든요. 아이들은 자기가 그린 그림이 크게 비춰지니까 참 신기해하고 좋아해요. 아니면 두꺼운 도화지를 동물 모양으로 오려서 손전등으로 비추면 그림자놀이도 할 수 있답니다.

 


 

보온용품 활용 놀잇감

 

 

은박으로 된 보온용품들이 화려하잖아요. 또 자르기도 편하고 말랑말랑해서 가지고 놀기에 다칠 우려도 없고 좋아요. 그냥 바닥에 깔아도 보고 잘게 잘라서 던져도 보고 던진 걸 맞아도 아프지도 않고 자른 걸 위로 뿌려도 보고. 하얗고 반짝거리니까 아이들이 좋아해요.

 


 

마포걸레의 산타클로스 변신

 

 

이건 저희 남편이 개발한 건데요~ 마포걸레를 턱이랑 머리에 달아보니까 꼭 산타클로스 같은 거예요. 지난번 크리스마스 땐 지인분들 아이들 초대해서 산타클로스 변신하고 선물도 나눠줬어요. 아이들 좋아하는 산타클로스되기 정말 간단하죠?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