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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비즈니스 칼럼]

 

마트 없고 로켓배송 안 되는 지역 공구상이 대안 될 수 있을까?

 

양질의 식품에 손쉬운 접근이 제한되는 ‘식품 사막’지역. 농어촌 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식품 사막을 찾아볼 수 있다. 도시 지방 할 것 없이 곳곳에 위치한 공구상이 식품 구입을 위한 대안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양질의 식품에 접근 힘든 ‘식품 사막’


최근 ‘식품 사막’라는 키워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식품 사막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이게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사막화라는 말은 다들 들어 봤을 것이다. 나무와 풀이 사라지면서 흙과 모래, 자갈만 남는 현상을 말한다. 식품 사막화란 용어도 식품을 구매할 곳이 점점 없어진다는 의미로, 건강한 삶이라는 측면에서 중요성을 갖는 ‘영양분 높은 음식 섭취’를 위한 식품 구매가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이런 양질의 식품에 접근이 제한돼 건강한 식생활이 곤란한 지역을 식품 사막이라 한다.

 

일본에서 먼저 발생한 도심 식품 사막


도시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과연 우리나라에 식품 사막 지역이 있을까? 산골 오지 정도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지방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식품 사막화는 발생하고 있다. 도시에 낙후된 지역은 유통업체 입장에서 식품점을 운영하기에 매출이 적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유통 점포가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곳은 최근 온라인 유통이 발전했음에도 너무 외지거나 교통이 불편해 당일 배송이나 새벽 배송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도심의 식품 사막화는 선진국 일본에서 먼저 생긴 사례다. 도심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지가가 상승하며 고급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기존에 있던 일반적인 슈퍼마켓들이 사라져 원주민들이 이용할 식품점이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던 대형마트 이마트 성수점이 사라지면서 그 지역 주민들이 갈 만한 마트가 사라진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실제 서울의 강북, 소위 달동네 지역에서도 이 같은 일은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미국 농무부 기준 농촌에서는 가장 가까운 신선 식품점이 10마일(16km) 이상에 위치하거나, 도심에서는 1마일(1.6km) 이상에 있을 때 이곳을 식품 사막 지역이라 정의한다.

 

식품사막은 지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 도심에서도 식품사막은 존재한다.

 

취약층 거주지에 생성… 건강악화 문제도


식품 사막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 가운데 대부분은 노인,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이다. 안타깝게도 이곳은 집값이나 생활비가 주 도심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취약 계층이 주로 거주한다. 취약 계층은 소비력이 낮아서 이들의 거주 지역에는 식품 유통 점포가 들어오기 어려워 식품 사막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이 기본 조건이다. 식품 사막 지역 주민들은 도심에 비해 대형 유통망을 이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식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들은 낮은 소득 탓에 영양소가 풍부한 신선식품 대신 저렴하고 소비기한이 긴 가공식품을 주로 섭취하다 보니 비만, 성인병 등 개인 건강이 악화하는 문제점 역시 가지고 있다. 

 

쿠팡의 새벽배송 가능한 일명 ‘쿠세권’지도. 수도권과 광역시 부근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새벽배송이 불가능하다.

 

귀농귀촌 막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지역 간 식품 구매 불균형은 도시에 살다가 귀농·귀촌 형태로 거주지를 농촌으로 옮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인구 유입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도시에서 편리한 쇼핑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지방에 가서 살려고 해도 장을 볼 곳이 마땅치 않아 이사하기를 꺼리게 되어 지방의 인구 감소와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젊은 세대 가정이 이사할 지역을 찾을 때 꼭 있어야 하는 것이 마트와 다이소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선진국들은 식품 사막 지역 주민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여러 정책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은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 입주한 식품점과 슈퍼마켓에 지자체가 인센티브를 지원하거나, 직접 지역 내 교통이 편리한 버스터미널과 정류장에 농산물 직거래 시장을 열고 있다. 일본은 민간 유통과 협업을 모색하고 있으며, 지자체가 지역의 편의점과 연계해 연계된 편의점을 거점 식품점으로 만들어 식품 쇼핑 지원과 어르신 건강 체크 같은 보건소 역할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식품 사막화에 관심이 적고 공론화가 되지 않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공구상에게 새 비즈니스 기회될까?


지방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하거나 연세가 많은 어르신은 그 지역을 떠날 수 없다. 도심도 마찬가지로 주 도심에 나가 생계 일을 해야 하기에 취약 지역 거주자들 또한 거주지를 벗어날 수 없다. 식품 사막 지역은 대기업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규모와 관리비용 문제로 선뜻 입점하기 힘들다. 본 저자는 이런 곳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잡화점 또는 공구상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공구상은 도시, 지방 할 것 없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대비 몸집과 운영비용이 가볍기 때문에 기존 판매하던 공구 제품에 식료품 판매까지 함께한다면 내점 고객 수가 증가하고 추가 매출 또한 일어날 것이다. 이런 장점을 활용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_ 이종우(아주대 교수) / 진행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