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 싣고 전국 다니던 열정으로 오늘도 공구상은 안녕합니다
경기 안양 동일공구백화점 황달선 대표
스물 셋에 공구일 시작… 중간상으로 전국 순회
군대 제대하고 곧장 공구상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벌써 25년도 더 전의 얘기네요. 저희 매형이 그때 공구상을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시흥에 ‘성천공구’라고. 제대하고 집에서 놀고 있으니까 매형이 공구상에서 일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제 나이 스물 셋 때. 그때부터 이쪽 일을 시작한 거죠. 매형 가게에서 트럭 짐칸에 공구 가득 싣고 전국을 다 다녔어요. 위쪽으로는 원주며 춘천이며 강원도부터 아래로는 평택이며 천안이며 대전까지. 가게 위치가 경기도 시흥시였으니까 대전 이남까지는 너무 멀어서 안 가고요. 80년대 말 90년대 초, 그당시에는 그렇게 서울 쪽 공구상에서 전국 공구상에 나까마(중간상)처럼 공구들을 도매로 유통했던 거죠. 그때만 해도 서울이 공구의 메카였으니까요. 또 그때는 지금처럼 지역마다 공구상가가 크게 없었거든요. 대전이면 역 근처 개천 쪽, 천안이면 또 어디. 이런 식으로 길에 공구상들이 죽 들어서 있었어요. 그런 가게들에 물건을 도매가로 갖다 줬던 거죠.
일 마치면 밤 열두시… 고생이지만 재밌었어
처음에는 아는 게 없으니까 트럭 옆에 타고 따라만 다니면서 공구 뭐뭐 달라고 하면 갖다주고 그랬죠. 원래 두명씩 같이 트럭에 타고 다니거든요. 한 명은 운전하고 한 명은 공구 챙기고. 매형이 주문받은 곳 전표를 주면 그걸 보고 공구 싣고 출발하는 거죠. 그때는 진짜 길도 지금처럼 잘 뚫리지 않았으니까 저기 대전까지 갔다 오면 밤 열두시는 훌쩍 넘었어요. 고생이라면 고생이었는데 젊어서 그랬는지 저는 참 재밌더라고요. 또 그때는 무조건 현찰 계산이었거든요. 웬만한 지방에 내려가도 현찰로 다 줬어요. 지금보다 마진도 좋고. 손에 들어오는 돈이 전부 제 돈은 아니지만 그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또 그땐 나중에 내 가게 차리면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희망과 꿈이 있었거든요. 그 꿈만 가지고 가게 동료들과 함께 진짜 열심히 일했거든요. 일 마치면 동료들과 술도 한참 마시고. 떠올려 보니 그 시절이 그립네요.
서른 넷에 차린 내 공구상… 매출 매년 상승
매형 공구상에서 그렇게 10년가량 일하고 독립했어요. 여기 안양 국제유통단지에 직원이 아닌 내가 대표인 공구상, 동일공구백화점을 차렸죠. 2003년도에 오픈한 이래로 지금까지 매출액은 매년 늘었죠. 요즘엔 좀 주춤하긴 하지만. 원래 한 칸 매장에서 시작했다가 옆으로 한 칸 넓힌 거예요. 가게 오픈한 처음에는 좀 힘들었죠. 시흥에서 일하다 안양으로 온 건데 거래처가 있겠어요 뭐가 있겠어요? 그렇다고 공구거리 전면에 있는 가게도 아니고 깊숙한 곳에 매장이 위치해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럴 걸 예상을 좀 했었어요. 그래서 내려오기 전에 매형 공구상에서 한 1년 동안 공구 수리 기술을 익혔어요. 공구를 수리라도 할 줄 알아야 사가지는 않아도 수리 요청은 들어올 거 아니에요. 그렇게 해서 가게 이름이 알려지고 또 수리할 줄 안다는 건 공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거 아니에요. 그런 소문이 나니까 우리 가게를 믿고 거래하는 거래처가 하나 둘 늘어나다 보니 지금에 온 거죠.
공구상은 기술직… 공구지식 없으면 장사 못 해
저는 전동공구부터 엔진까지 수리 필요한 공구는 다 수리해요. 다른 뭐 음식 장사나 옷 장사같은 가게도 마찬가지이긴 하겠지만 공구상은 공구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또 무엇보다도 수십 개의 공구상이 모여있는 공구상가 내의 공구상이라면 공구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해요. 거래처에서 요구하는 공구에 대해 다른 공구상은 잘 모르는데 나는 알고 있다? 그러면 내 단골 거래처가 되는 거거든요.
또 제가 좀 수더분하게 생겼잖아요. 하하하. 제가 생각하는 우리 가게 성장의 비결은 무엇보다도 납품 업체 사람들을 무엇보다도 인간적으로 대했다는 점 같아요. 그리고 제가 좀 컨설팅을 했거든요. 공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업체에게 어떤 공구를 사용해야 하며 또 어떤 브랜드의 공구가 가성비가 뛰어난지. 매형 공구상에서 10년간 일하는 동안 익힌 공구지식이 그렇게 도움이 됐던 거죠. 또 만약에 제 거래처 업체가 배관 업체다, 그럼 마치 제가 그 업체 직원인 것처럼 공사처에 전화를 해서 통화를 한다고요. 그럼 이제 어떤 공구가 필요할지 빨리 캐치가 가능한 거죠. 그런 식으로 컨설팅을 한 거예요. 그렇게 한 군데 알던 업체 직원들이 나가서 새 업체를 차리면 거기도 거래처로 삼고 그렇게 넓혀 온 거죠.
변화 속도 빠른 요즘… 빨리 돈 벌어 쉬고파
말한 것처럼 매년 매출이 상승하다가 요즘은 주춤하거든요. 불경기 탓도 있겠지만 이제는 공구 판매가 좀 하향 추세에 접어든 게 아닌가 싶어요. 온라인 공구상이 얼마나 많아졌어요. 단가 경쟁도 엄청 심하고요. 또 산업 구조 자체도 1차 산업에서 지금은 4차 산업이다 뭐다 말이 많잖아요. 그런데 세상은 바뀌어도 공구는 잘 변하지 않거든요. 산업에 필요한 것들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요즘은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빠릅니까? 변화를 예상하고 준비를 한다는 게 불가능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은 구체적으로 대응 방안을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빨리 돈 벌고 모아서 10년 뒤, 나이 예순 넘어서는 쉬자. 그 생각으로 오늘도 동일공구백화점을 열심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