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스엠알오 - 진대용 대표

 

대기업 퇴사후 34세에 창업 탑차에 화장지 싣고 횟집 공략

 

경북 포항 디에스엠알오 진대용 대표

 

 

 

 

“이봐, 해봤어?”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의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유명한 어록 중 하나다. 먼 곳이 아닌 우리들 가까이 있는 공구상 가운데에도 도전정신 투철한 이들이 있다. 경북 포항 디에스엠알오 진대용 대표도 그 중 한 명이다.

 

 

대기업 관두고 유통에 뛰어들다


경북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진 대표의 전 직장은 우리나라 굴지의 철강 회사 포스코였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포스코 소재사업실에서 1400억 원 규모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던 대표는 국내 곳곳 출장이며 해외 근무며 바쁘게 생활하다 ‘이 정도로 열심히 할 것 같으면 뭐든지 못할까?’ 하는 생각에 당시 연봉 6800만원을 받던 직장을 그만 뒀다.
“속된 말로 다들 저한테 ‘또라이’라고 그랬어요. 좋은 회사 그만둔다고. 그래도 저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탑차에 화장지 싣고 횟집 유통 뚫어


자신감은 좋았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해온 게 있으니 금속을 유통하려 했지만 비용이 너무 커 머뭇대던 대표에게 알던 선배가 유한킴벌리 대리점을 추천했다.
“정말 우연찮은 기회로 유한킴벌리 대리점을 시작했어요. 소비재 유통업에 처음 발을 들인 거죠. 그래도 일단 시작한 일, 해보자는 생각으로 달렸습니다.”
직원 한 명 없이 혼자서, 탑차에 점보롤 화장지를 가득 싣고 자신을 아는 사람 없는 포항 구룡포 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좋은 회사 나와 힘들게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지인들에게 보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룡포 횟집들로 화장지 영업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도전의 출발이었다. 2015년 포항에 KTX가 개통될 무렵엔 시청 위생과로 찾아가 포항시내 식당 화장실에 관광객들을 위한 핸드타올 설치를 제안했다. 디스펜서(타올 뽑아 쓰는 케이스) 설치는 자신이 무상으로 지원하겠다면서. 그렇게 포항시 800여 군데 식당에 설치를 완료했다.
“800개 식당에 10%만 해도 80개 거래처가 생기는 거잖아요. 그 생각으로 막 달아 줬죠. 세 달 동안 디스펜서 박느라 드릴질을 하도 많이 해서 지금도 엄지손가락 쪽에 자국이 남아 있어요.”

 

1200여 곳 납품… 공구가 50%


진대용 대표는 자신을 ‘잡상인’이라고 말한다. 그냥 잡상인도 아닌 ‘오리지널 잡상인’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디에스엠알오의 판매 상품은 정말 다양하다. 유한킴벌리의 대리점일 뿐 아니라 비누 세제 등을 생산하는 애경의 대리점이기도 하다. 
“식당에 휴지 납품하다 보니까 ‘퐁퐁은 안 팔아?’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퐁퐁을 팔려고 애경 쪽 대리점 돼서 특판코드 따고, 또 고무장갑 얘기도 하길래 고무장갑도 팔고. 그렇게 품목이 늘다 보니까 공구 쪽으로도 넓혀진 거예요. 처음엔 공구는 생각도 안 했죠.”
현재 판매 상품 중 공구의 비중은 50%를 넘는다. 매달 2천~3천만원 가량의 공구를 유통사로부터 들여온다. 종류 역시도 수공구부터 전동, 측정, 절삭공구까지 다양하다. 이런 갖가지 제품들을 작은 횟집부터 포스코, 동국제강, 네이버 등 곳곳의 대기업까지 1200여 군데의 거래처에 납품 중이다. 
“대기업에서는 대개 입찰로 거래를 진행하는데 저희는 금액적인 면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해 대량으로 입하해 재고가 남으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합니다.”

 

보고하지 마세요… 직원은 인성 위주 채용


진 대표가 디에스엠알오를 설립한지 올해로 4년 차. 공구유통에 ‘공’자도 모르던 대표이지만 벌써 올해 매출액 40억 원을 예상 중이다. 그럴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그는 ‘망설이지 않고 일단 해 보는’ 자신의 도전정신과 함께 직원들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저희 회사는 업무별 담당자가 다 정해져 있습니다. 구매, 판매, e-커머스, 웹디자인, SNS홍보, 회계….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주고 저에게는 큰 건이 아니면 굳이 보고할 필요 없이 업무를 진행하죠. 제가 출근해 하는 일이라곤 청소와 직원들 심부름 정도가 다입니다.”
이렇게 직원들을 신뢰하는 걸 보니 채용 때부터 업무 전문성을 보고 직원을 뽑았나 했더니 대표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저희는 전문성을 보고 직원을 채용하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직원들을, 아무런 전문성 없는 친구들을 채용한 거죠. 저는 그냥 딱 보고 느낌이 착한 사람들, 인성이 좋아 보이는 직원을 뽑아요. 착한 사람이 있어야 회사도 착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지역사회와 상생 위해 공헌하는 기업


지난달, 디에스엠알오는 새 건물 개소식을 가졌다. “개소식 날 온 지인들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화장지 팔아서 어떻게 이렇게 돈을 많이 벌었냐면서요. 사업 초기에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하나도 모르면서. 하하.”
진대용 대표는 지역사회와의 나눔 활동에도 애쓰고 있다. 대표는 현재 포항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 사무국장을 역임 중이다.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천만 원을 기탁했을 뿐만 아니라 지인과 함께 ‘청용장학재단’이란 재단을 세워 분기에 한 번씩 지역 내 저소득층 여학생들에게 생리대 지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사업 초기 탑차에 싣고 간 점보롤 화장지를 구입해 준 구룡포 횟집들에 대한 고마움에 그 지역 독거노인들에게 명절 선물세트를 전달하기도 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내가 가진 걸 움켜쥐고 있기만 해서는 안 되는 거겠죠.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건 다 포항 지역민들 덕분인 걸요. 그 고마움을 갚기 위해 나누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더 많이 벌어야겠죠?”

 

글·사진 _ 이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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