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따뜻하게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따뜻하게

 

-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특강을 듣고  -

 

반기문 총장이 오신다고?


한국인 최초로 UN 사무총장을 역임한 반기문 총장의 특강소식을 들었다.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AMP)에서 주최하는 강의인데다 전부터 꼭 듣고 싶던 것이라 한 달 전부터 신청했다. 친구인 전 한국세무사회장이 반 총장을 일러 인품이며 실력이 훌륭하신 분이라고 수차례 말한 적이 있다. 특히 유엔 사무총장직을 10년간 연임한 분이라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했다.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갔다. 아침 7시 30분 조찬강의였는데 지방인 대구에서 참석하려면 전날 저녁에 도착해야했다.
‘사진 한 장이라도 같이 찍을 수 있을까? 명함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강의만 들어도 좋다. 이렇게 유명하고 존경하는 분을 가까이서 뵙는 것이 어디냐.’ 소풍가는 아이마냥 설렜다.
19일 이른 아침, 다른 사람보다 먼저 롯데호텔 강의장에 갔다. 아직 몇 사람이 와 있지 않았다. 다행히도 내 좌석이 가장 좋은 자리에 예약되어 있었다. 강연 전 반기문 총장께 직접 인사를 할 수 있었다. 경호원들이 바로 옆에 있어 쉽지 않았지만 명함을 건네고 악수를 하였다. 떨리는 가슴으로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미세먼지, 중국 탓만 아니다

 
현재 반기문 총장은 미세먼지라는 범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총책을 맡고 계신다. 미세먼지는 중국이 원인이라고 대부분 알고 있고 언론에서도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35%만이 중국에서 오는 것이고, 나머지는 국내 혹은 자연발생적 원인이라 한다. 따라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외교문제로 번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하셨다. 국내 자체적으로 화력발전과 디젤차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원자력발전이 중요하며, 원자력만큼 효율 높고 깨끗한 에너지가 없다고 하셨다. 일본의 후쿠시마는 원자력이 문제가 아니고 쓰나미로 인한 사고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좀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미세먼지 대책의 하나로 현재 500여명의 시민과 각계 전문가를 구성해 가을에 1차 대응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 초엔 중장기 해결과제를 낸다고 하시니 사뭇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문제는 우리나라 미래를 볼 때 아주 중요한 과제이다. 반 총장님은 “Air is free. But clean air is not free.”라고 강조하셨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력과 해결과제가 산적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제는 깨끗한 공기를 위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니 사업하는 사람으로서도 환경에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싶었다. 

 

혼자 되는 일은 없다… 대북관계 해법

 
이어지는 주제는 북한과의 관계.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있었다. 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개념이 남한, 북한, 미국이 다 다르다. 북한이 생각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우리정부가 오해한 점도 있다 했다. 비핵화는 남북, 한미, 미북이라는 세 가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야 하며, 한국 독자적으로는 대북관계가 불가능하다. 국제사회와 잘 공조해야 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대북관계도 해법이 보일 것이라 하셨다.
강의가 끝나고 질문시간이 돌아왔다. 내가 손을 들었다. “저는 총장님 강의를 들으러 대구에서 왔습니다”하니 박수가 쏟아졌다. 사업가인 나의 질문은 “한일관계가 어려운데 두 나라가 서로 강경하게만 나간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였다. 반 총장님은 “일본에 대해 너무 강대강으로 끝까지 가면 이득이 없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기업과 정치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을 짚어주셨다. 바로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따뜻하게”라는 구절이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따뜻하게 품어라

 
미세먼지든 대북관계든 일본과의 갈등이든 모든 일에 머리는 차갑게 해서 이성적으로 판단하되 가슴은 따뜻하게 해서 행동해야 한다. 세계무대는 냉정하다. 좀 더 차분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지금 일본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 혹시나 머리만 뜨거운 상태가 아닌지 짚어보라 하셨다.
나는 회사를 경영하며 하루에도 수차례 머리가 뜨겁다. 정리되지 못한 업무로 화가 나거나 머리가 복잡하다. 그런 상태에서 판단을 내리면 자칫 위험할 수 있겠다 싶었다. 사람에 대해서는 가슴을 열어 따뜻하게 품되, 사업과 일은 머리로 차갑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리더는 냉혹해야 한다. 냉혈한이어서가 아니다. 
   

이 사람에게도 좋고 저 사람에게도 호인인 CEO나 리더는 조직을 망친다. 평상시에는 그럭저럭 조직을 끌고 나갈 수 있겠지만, 위기 상황이 오면 호인은 악인이 되고 만다. 결정해야 할 때 결정을 못하는 것은 나쁜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더 나쁘다.” - 서광원 著 ‘사장으로 산다는 것’ 중
올해 하반기에도 불경기가 지속된다고 한다.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고 머리에 열만 오르면 안된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어려움을 헤쳐가야 할 것이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내게 생긴다면 반기문 총장처럼 한평생 나라와 세계를 위해 지혜롭게 큰 일을 하신 분에게 더 큰 중책을 맡겨보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툴지 칼럼이 다소 정치적이 될까 조심스럽지만 정치와 외교가 잘 되어야 기업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현재 어려움에 처한 정치 사회 경제 모두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따뜻하게 해서 해결책을 모색했으면 한다. 혹 이 어려운 상황이 반 총장 말씀과는 반대로 가슴은 차갑고 머리는 뜨거워서가 아닌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사랑은 하되 전진은 해야 하는 것이 사업가의 운명 아닌가. 공구인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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