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은 배반하지 않는다' 저자 임진환 교수

“영업이 탄탄하면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영업은 배반하지 않는다' 저자 임진환 교수





공구상 아버지 보며 자라… IBM, 삼성, 한화 등서 영업 지휘
같이 밥먹는 영업 중요 ‘평소에 잘하라’… 목쉰 날 고객 앞에서 노래, 잊을 수 없어
엑셀 표로 고객 미팅 관리… SNS, 메일 서비스 등으로 영업방식 바꿔라
 
공구상도 영업이 필요한가요?

저성장 시대, 어떤 회사든 이익을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영업이 중요해졌다. 대기업 영업사원에서 임원까지 거친 현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책 ‘영업은 배반하지 않는다’를 펴낸 임진환 교수. 이 영업 달인의 책은 경제경영부문 베스트셀러이자 특히 30대 젊은층이 주목했다.
“공구상도 영업이 꼭 필요한가요?”
임 교수를 향한 첫 물음에 그는 “선택 아닌 필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업의 생존은 영업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국내 산업경기가 갈수록 침체되는 데 있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매년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해왔어요. 나라가 10% 성장하면 기업도 평균 10% 성장하고, 공구상도 개인차는 있겠지만 평균 10%의 성장을 하게 돼요. 그런데 최근 성장률은 2~3%대로 어려워지기 시작했어요. 저성장 시대는 무한경쟁이에요. 생존을 위해서는 영업이 필수죠. 점점 더 영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학문적으로도 연구되기 시작했어요.”
인터뷰 자리에서 알게 되었지만 그는 공구업과 오랜 인연도 있었다. 산업화시기, 선친이 청계천에서 기계공구상을 운영했던 것. 중학교 때 아버지 일을 도우며 숱하게 만져봤던 외국산 공구들과, 70~80년대 청계천 공구상가의 활기찼던 모습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예전에 청계천이 복개해 있을 때는 길가에 다 기계공구상이었는데 이제는 옛날 같은 모습을 볼 수 없네요. 가게들이 많이 없어지고 흩어졌더라고요.”
과거와 현재의 이질감은 영업과의 연결고리가 됐다. 그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 책 ‘IBM Way’를 우연히 접하고 영업에 매력을 느꼈다. IBM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임원을 거쳐, 삼성전자, HP에서 한화그룹에서 영업현장을 진두지휘해왔다. 그는 아직까지도 재무, 인사, 마케팅 직군을 더 선호하는 학생들의 잘못된 편견을 안타까워했다. 미래를 위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영업이며, 기업의 성공은 영업전문가에게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럼 영업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까. 현재 가천대학교에서 영업 전문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임 교수와 숱한 문답이 오고갔다.


 
Q.  영업은 흔히 접대를 의미하나요?
A.  영업의 기본은 고객과 시간을 같이 보내는 거예요. 이를 학문적으로는 ‘고객접점시간(Sales Face Time)’이라고 합니다. 한 번 보고 말 고객이 아니라면 관계적 영업이 중요합니다. 공구상도 마찬가지겠지요. 고객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것은 관심과 정성입니다. 만나지 않으면 관계도 물론 형성되지 않아요. 예전에 선친이 공구상 운영하실 때도 지방에서 온 도매상, 소매상 손님을 오후에 만나면 무조건 밖에서 술을 드셨어요. 요즘엔 장사하시는 분들 이렇게는 안하겠지만 고객과 잘 지내려면 함께 운동이든 밥이든 무언가를 즐기고, 얘기 나누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식구(食口)라는 말이 있어요.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잖아요. 영업도 그래요. 평상시 밥을 같이 먹어야 마음을 터놓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Q.  고객과 시간을 보낸 것으로 대박 낸 적이 있다면?
A.  저는 현장에서 법인영업을 담당해왔어요. 은행 영업을 담당하던 시절 은행 구매부서에 있던 직원이 타부서로 발령이 났어요. 2년 뒤 돌아오기까지 기다리며 그분과 6개월에 한 번씩 만나 식사를 했어요. 만나러 가면 오히려 그분이 제게 설렁탕에 소주 한 잔을 사주셨어요. 그렇게 가끔 만나 밥 한 끼 했을 뿐인데, 그분이 구매부로 복귀하고 다시 찾아갔을 때 그렇게 반겨주시더라고요. 그런데 마침 그날 한 번도 연락 안하던 경쟁사 직원이 그분에게 전화를 한 거예요. 수화기 너머로 “아유 형님! 제가 한 번 갔어야 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하면서 “이번에 저희회사 구매 건이 하나 떴는데요” 라며 바로 구매 부탁을 하는 거죠. 잘 봐달라면서요. 구매담당자는 “그래? 알았어. 잘 봐줄게” 하고 좋게 얘기하는 듯 했는데, 전화를 탁 끊자마자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도와달라고?” 하면서 욕을 막 하시더라고요. 그러고는 오히려 그 경쟁업체를 구매리스트에서 빼라는 지시를 내렸어요. 필요할 때 고객접점을 가지지 않았고, 갑자기 전화로 부탁을 한 잘못 때문에 관계가 오히려 더 안 좋아진 것이죠. 반면, 저는 큰 웃음을 지었죠. 관계를 잘 관리한 덕에 몇 십억의 딜을 성사시킬 수 있었어요.
평소에 빠뜨리지 말고 고객을 만나야 해요. 예를 들어 아빠가 평소 다 큰 딸과 얘기한 번 안하다가 갑자기 밥을 먹자고 하면 딸이 먹겠다고 할까요. 특히 거래처 구매담당 직원이 부서를 잠시 옮긴 경우라면 더욱 봐야하고, 퇴직한 고객도 중요해요. 대부분의 구매담당자들은 퇴직한 선배를 만나게 되거든요. 그 퇴직한 선배 입에서 “이야, 누구는 내가 퇴직했는데도 얼마 전에 찾아왔더라. 정말 훌륭해” 라는 말이 나올 수 있잖아요. BtoC 영업이라도 비슷할 거예요. 매장에 고객이 오면 평소 차라도 한 잔 대접하는 곳과 물건 안 사간다고 기분 나쁘게만 생각하는 곳 중 어디로 가고 싶을까요.
 
Q.  그 많은 거래처를 어떻게 꼼꼼히 잘 챙기셨나요?
A.  엑셀로 표를 그려 관리했어요. 고객사와 각 담당직원을 줄지어 적고 그 옆에 월별로 4주씩 나누어 표를 만듭니다. 매주 마다 그 고객과 몇 번을 만났는지 기록하고 점검하는 거죠. 이때 전화로만 안부 묻는 것은 포함하지 않고 차, 아침, 점심, 저녁, 운동을 함께한 것만 체크해요. Face Time을 가져야 하니까요. 주기적으로 엑셀을 점검하며 한직에 있는 고객이나 만남이 뜸한 고객, 협력사에 연락해 무언가를 같이 합니다.
고객은 왜 ‘갑질’ 하는가
그는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난 사람’보다는 ‘된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스로 됨됨이를 쌓는다고 좋은 손님만 만날 수는 없는 법. 영업을 잘 하려 해도 어딜 가나 화를 내고 컴플레인을 제기하는 고객이 있기 마련이다. 그 이유를 물어봤다.
 
Q.  고객은 무조건 갑인가요? 화내는 이유가 궁금해요.
A.  제 경험에 의하면 고객은 영업을 하는 사람, 점포를 갖고 장사를 하는 사람한테 불만을 많이 제기해요. 꾸중하고 혼내는 가장 큰 이유는 ‘잘 사야’하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천만 원어치 물건을 샀는데 값어치가 없다면 그 사람도 회사 사장님한테 혼나요. 판매 계약을 한 사람은 대자로 누워 잘 수 있지만, 구매하는 사람은 잘못 산 게 아닌지 걱정돼서 구부리고 잔대요. 부부간에도 사랑이 남아있을 때 잔소리를 하듯, 고객이 혼내고 욕하는 이유는 가게에 대한 기대가 있고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도 영업과 구매를 다 해보니까 이해하겠더라고요.
심지어 가족을 대화에 끌어와 욕하는 고객도 있었어요. “당신 마누라한테도 이럴 수 있어?” 하면서 자존심을 건드리는 경우요. 나중에 대부분의 고객들은 미안하다고 해요. 마치 화날 땐 별소리를 다 하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부부처럼 고객과도 이런 일이 숱하게 일어났죠.
 
Q.  ‘영업을 위해 이런 것까지 해봤다’하는 경험이 있다면?
A.  목감기가 심한 어느 날, 고객과 저녁을 먹게 됐어요. 저녁을 다 먹으니 노래방을 가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래서 노래방을 갔는데 이 고객이 노래를 안 해요. 제가 먼저 분위기를 만들어주길 원하는 거죠. 전 목감기가 심해서 말도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어쩔 수 없이 제가 먼저 불렀어요. 그때 부른 노래가 ‘내 사랑 내 곁에’ 예요. 가수 김현식이 죽기 직전에 목이 완전히 갈라진 상태서 부른 노래거든요. 지금도 저는 ‘내 사랑 내 곁에’를 들으면 마음이 짠해요. 점포를 운영하거나 영업하시는 분들이라면 거의 다 이런 경험이 있을 거예요.
 
Q.  매일 고객 상대로 쌓인 스트레스, 어떻게 푸셨나요?
A.  저는 영업 시작하고 5년 동안 매일을 그만두고 싶었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고객이 화를 내더라도 ‘저 고객이 내 월급 주는 사람인데 그럴 수 있지 뭐’하는 생각이 들어요. 노하우도 생겨요. 예를 들어 고객은 보통 상대방에게 직접 욕을 하면 싸움이 날 수 있으니 대신에 영업자의 회사 욕을 해요. “야 이 OO(회사명) 말이야, 당신들 못된 놈들이야” 그러면 저는 여기에 오히려 동참해요. “맞아요. OO 나쁜 놈들이에요. 사장님한테 이러는 인간들이 어딨어요?” 그러면 그 고객은 같이 영업자 욕을 하게 되니 쑥스럽거든요. 그 다음부터는 욕을 안 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영업 노하우를 알아가는 데 몇 년이 걸렸어요.
고객 상대를 하다보면 스트레스 많이 쌓이죠.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을 때 불경을 읽고 성경을 읽는 것처럼 평소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서는 스스로 재미있는 일에 꼭 투자를 해야 합니다. 예전에 선배가 영업을 계속 하려면 자기가 버는 돈의 10%를 스트레스 해소에 쓰라고 조언해줬어요. 운동을 하고 네일아트를 받고, 스파를 가는 등 탈출구를 하나 마련해야 견뎌요. 저는 운동과 사우나를 정말 좋아해요. 땀을 흘리면 나쁜 일을 잊어버리게 되거든요. 하루 일과를 끝내고 저녁약속이 없으면 항상 운동을 하거나 사우나로 땀을 쫙 뺐어요.

 
SNS, IT 활용… 영업방식도 변해야 한다
 
그는 영업을 잘 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을 크게 3가지로 나눴다. 첫째, 고객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라. 단골영업이 이에 해당된다. 한번 보고 말 손님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손해 보더라도 다시 올 수 있게 만든다. 거짓말 없어 믿을 수 있고, 급할 때 좋은 물건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둘째, 고객가치를 생각하라. 같은 물건이라도 A손님이 느끼는 효용과 B손님이 느끼는 효용은 다르다. 예로 손님 접대를 위한 컵을 사러온 손님은 일반 사무용 컵을 보고 가치를 느낄 수 없다. 돈을 지불한 것보다 더 큰 가치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셋째, 올바르고 따뜻한 마음을 지녀라. 아무리 장사 잘하고 영업 잘 하는 사람이라도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물건을 사지 않는다. 몸에 좋은 떡볶이를 판매한다는 집에서 조미료를 듬뿍 넣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고객은 외면할 것이다.
영업의 필요성은 많이 느끼고 있지만 직접 영업을 나가자니 일손이 부족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럴 땐 어떤 해법이 있을까. 가능하지만 실천하지 못한 부분, 그가 마지막으로 꼬집었다.
 
Q.  공구상 영업전략,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A.  단기적 매출을 늘리기 위한 거래적 영업으로는 저렴한 펜치를 사러온 손님에게 비싼 고급 펜치를 사게 하는 ‘업셀’ 전략, 못을 사러왔는데 망치 등 다른 물건까지 사게 하는 ‘크로스셀’ 전략 등이 있는데요. 공구상은 단순 거래적 영업보다는 고객과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게 중요하죠. 이를 위해서는 저서에서도 언급한 7가지 역량을 바탕으로 원칙을 세워두고, 관계를 쌓아가는 관계적 영업방식이 필요합니다.
 
Q.  매장 안에서 영업할 방법은 없을까요?
A.  앞서 얘기했듯 우선 매장에 오는 손님이 편하게 머물다 가실 수 있게끔 하는 것. 그 외에도 공구상에 일하시는 분들은 밖으로 나가는 영업활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런데 매장을 비울 수도 없을 거 아녜요. 그럴 땐 인터넷, SNS를 활용해야 합니다. 메일, 사이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그 방법은 여러 가지예요. 요즘 전세계 어떤 회사든 SNS 마케팅이 기본입니다. 이를 영업에선 ‘소셜셀링’이라고 해요. 시장이 변하고, 고객이 변하면 영업방식도 바뀌어야 됩니다. SNS를 일상으로 하는 30대 고객은 몇년만 지나면 40대, 50대가 돼요. 구매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권자가 되는 거예요. SNS마케팅은 작은 회사일수록 더 유리하죠. 이제, 그냥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에게 누가 찾아오겠어요?

글 _ 장여진  사진 _ 이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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