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방 베란다 인더스트리얼

다이아몬드 대신

나사못 박아 예술이 되다

 

예술공방 베란다 인더스트리얼



 

사소한 나사로 예술하면 안되나요?

영국의 현대예술가 데미안 허스트는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로 유명하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 For the Love of God>라는 그의 작품은 사람의 유골을 본뜬 두개골 모형에 실제 사람의 치아와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만들어진 작품으로 천억 원에 가까운 가격이 매겨졌다.
예술 작품의 가치란 어디서 오는 것일까? 8천 6백 한 개의 다이아몬드와 같은 귀한 소재로부터 예술품의 가격은 도출되는 것일까? 작업실이자 갤러리인 ‘베란다 인더스트리얼’의 김정한 작가의 작품은 그 질문에 대해 조금 다른 대답을 들려준다.
김정한 작가의 는 무려 2만 여 개나 되는 다양한 종류의 나사못이 빽빽이 박혀 마치 모자이크를 이루듯 해골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원본으로 한 것이라는데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제 작품과 그의 작품은 극과 극이죠. 그건 세상에서 제일 비싸고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제 작품은 하찮은 나사못으로 만든 거니까요.”
만약 수십 개의 나사가 길바닥에 뿌려져 있다면 그걸 주워 모아 가져갈 사람이 있을까? 귀찮은 마음에 빗자루로 쓸어 치워버릴지는 몰라도 나사의 가치를 생각해 주워갈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김 작가는 사소하고 하찮은 나사를 모아 작품을 창조해 냈다. 사소함으로부터 탄생한 예술이다.
 

필요한 건 무엇이든 공구로 척척

베란다 인더스트리얼이 위치한 곳은 서울 성수동. 수많은 가죽 공방과 낡은 공장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작품을 감상하는 갤러리라면 으레 세련된 동네를 떠올리게 마련이건만 김정한 작가의 베란다 인더스트리얼은 오히려 그 반대다. 건물도 고급스런 건물이 아닌 오래 된 기계 부품 공장 건물을 그대로 빌려 내부만 새로 인테리어했다.
“자연스럽잖아요. 인위적으로 새것처럼 꾸며진 것이 아니라 뭔가 허름하면서도 낡고 오래 되고. 그러다 보니까 여기 오시는 분들도 왠지 모를 자연스러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고 편한 마음으로 작업을 하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처럼 자연스러운 작업실이었기에 특별할 것 없는 사소한 나사못을 이용한 작품도 떠오른 것인지 모른다.
사실 작가의 공구에 대한 관심과 친숙함은 어린 시절로부터 기원한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강원도 시골 동네에서는 집집마다 갖가지 공구와 목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속에서 동네 아저씨들이 톱과 망치 등의 공구를 가지고 축사 울타리도 직접 만들고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쓰는 것을 보고는 ‘남자는 저렇게 사는 거구나’하는 생각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공구 사용하는 법을 익혔던 것이다.
공구에 대한 친숙함은 베란다 인더스트리얼의 인테리어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내부 벽에는 펜치며 니퍼, 드릴, 톱, 망치 등 수십 종류의 공구들이 자연스러운 인테리어처럼 걸려 있다.
“일주일에 3, 4일 청계천 쪽으로 나가요. 작업 재료가 매일 필요하니까요. 그렇게 나가서는 괜히 한 바퀴 둘러보고. 공구에 대한 관심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죠.”
 

 

집 안 가구도 내 손으로 뚝딱

모든 일을 하는 데 있어 ‘직접 만들기’는 김정한 작가만의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다. 건물 벽면을 장식하는 창틀의 용접 및 제작, 내부 천장에 달려 있는 유리병으로 된 샹들리에는 물론 집에 있는 가구들 역시나 하나도 빼놓을 것 없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다른 이들이 들으면 놀랄 법한 일인데도 그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다만 자신의 능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내 때문이다.
“저희 와이프는 10년 넘게 제가 가구 만드는 걸 봐 왔으니까 이제는 웬만해선 감동을 못 느껴요. 너무 자주 봐서 감흥이 없는 거죠. 뭔가 좀 더 제 능력을 끌어올려서 좋은 가구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일상적으로 공구를 사용하는 그가 가장 좋아하고 친숙해 하는 공구는 작품 작업에 사용한 나사못과 드릴이다. 작가는 나사못과 드릴을 이용해 여러 가지 작품들을 창조해 냈다. 앞에서 말한 해골 작품 , 처음으로 만든 나사 작품이고 남아공 넬슨 만델라 대통령을 그린 , 세월호를 추모하는 , 에펠탑을 표현한 등. 그 중에서도 오드리 햅번의 얼굴을 나사못으로 그린 는 작가가 특히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원본 사진이 있는 작품인데, 원래 사진보다 나사로 만든 이 작품이 표정이 더 좋아요. 전시할 때 이 그림을 걸고 제가 깜짝 놀랐던 게, 나사못이 만 개가 박힌 작품이거든요 그래서 한 쪽에서 보면 조명이 비쳐서 전체가 반짝반짝반짝 해요. 그런데 다른 방향에서 딱 보잖아요? 그랬더니 눈동자 즈음에 있는 은색 나사 하나만 반-짝 하는 거예요. 그걸 본 순간 마음이 정말…”
작가 자신도 감동한 는 현재 그룹 G.O.D 윤계상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온종일 드릴 들고 작품 만들어… 나사는 내 운명

작품을 만들면서 감동만 했던 게 아니라 고생도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만 개도 넘는 나사를 혼자서 박는 작업이다.
“해골 작품 만들 때 2만 개가 넘는 나사를 박았거든요. 계속 드릴을 들고 하는 작업이다 보니까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다 나갔어요. 처음에 쓰던 드릴은 너무 무겁길래 2키로 정도 가벼운 무선 드릴로 바꿨는데 그것도 안 되겠더라고요. 무선 드릴도 잠깐 잠깐 나사 박는 건 오래 쓸 수 있잖아요 그런데 스트레이트로 하루 종일 연달아서 박다 보니까 배터리가 터지려고 하던걸요. 그래서 다시 유선으로 바꿨어요. 좀 가벼운 걸로요.”
그렇게 몸고생 시킨 드릴인데도 작가의 눈에 드릴은 참 예쁘기만 한 존재다. 공구상에 가면 보이는 드릴이란 드릴은 다 사고 싶을 정도로. 지금 작가는 마끼다 유선 드릴을 작업에 사용하고 있다.
공구를 자신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는 김정한 작가의 꿈은 대형 건물 건축 시 함께 조성해야 하는 예술 작품 작업을 하는 것이다. 물론 나사못을 이용한 작품으로. 거대하고 멋진 건물의 외벽에 대형 나사 작품을 제작해 설치하는 것을 그는 인생에 있어 ‘정말 하고 싶은 작업’이라고 말한다.
“나사와 드릴은 제겐 운명 같은 존재예요. 저는 항상 목표와 꿈을 갖고 사는데 나사 덕분에 그 꿈이 하나 더 추가된 거죠.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도전하고 싶어요.”
 

 글 _ 이대훈 · 사진 _ 박성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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